[도서정가제와 도서생태계] ⓛ "청년학생에게 도서접근의 자유를 허하라"
[도서정가제와 도서생태계] ⓛ "청년학생에게 도서접근의 자유를 허하라"
  • 포쓰저널
  • 승인 2019.08.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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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광 벤처기업지원센터 대표

도서정가제가 2003년 2월 도입되고 전면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2014년 이후 가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청년들과 대학생들이 대거 책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통계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도서정가제와 도서출판, 일인당 독서량의 지속적인 감소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좀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수많은 대체재의 존재가 그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한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동일한 책에 대한 구매가의 상승 효과는 주머니 사장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청년이나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라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동일한 금액이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이나 대학생들이 정가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면서 내세운 논리 중 하나는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출판사나 저작권자들이 더 다양한 창작도서를 생산하여 독자들에게 가치를 돌려 줄 것이므로 소비자들도 충분히 양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은 지난 16년 동안과 같이 이번에도 결과로서 입증되지 못했다.

가장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야 할 청년들과 대학생들에게 가격이 또 하나의 부담이 되어 접근권을 차단하고 있다면 이는 사회적으로나 저작출판사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같다. 어느 통계를 보나 10대와 20대들의 도서 구입비중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바일과 디지털, 영상 같은 도서 대체재에 가장 익숙한 세대이므로 자연히 종이책 등 도서구입이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높은 것도 사실이다.

독서는 지식을 얻는 대표적인 행위다. 전문적인 학문과 직업의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과 비판 능력, 상상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입시부담이 많은 중, 고등학교에서와 달리 대학에서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지식을 넓히고 지적 역량을 키워 지혜와 창조적 사고로 발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므로 전공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하루하루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젊은 시절의 독서습관이 곧 여든까지 가게 된다는 점에서 청년대학생들의 도서에 대한 접근권을 낮추어 주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이며 저작출판업계에도 사실상 시장을 자연스럽게 확장 또는 유지할 수 있는 세대를 넘나드는 유일한 방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저작출판업계가 도서정가제의 강화에 주로 목을 메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운 창작과 힘겨운 경쟁에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환상을 아직도 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완전도서정가제가 저작출판업계를 살리고 좋은 도서를 양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접근권과 기회를 부여한다면 이를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난 4년간 경험은 그 결과를 이미 누구나 아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가제 강화를 주장한 사람들이 부담할 몫이고 책임이다. 일응 도서관을 이용할 것을 권장할 수도 있겠으나 도서관이 신간이나 필요한 서적을 충분히 구매하지 못한 것이 오늘일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잠시 필자가 주재한 2000년 10월 도서정가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를 돌아보자. 당시 완전도서정가제를 내세워 결과적으로 온라인서점의 진입을 막고자 했던 분들의 주장들이 있었지만 필자를 비롯한 혁신생태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회의원들과 벤처법률지원센터(로미디어그룹, 벤처네트워크그룹) 등이 인터넷기업협회와 함께 3년이 넘게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2003년 완화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여 그나마 아마존의 틈새에서 온라인 서점이 국내에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는 작은 저작출판사들 등 새롭게 창작생태계를 형성하려는 시도들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는 외에 사실상 그 역할을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19년 9월이면 청년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정가제를 완화하고 채널들은 힘을 모아서 청년학생들에게 장벽을 낮추어 주자. 내가 먼저 인스타페이 론칭을 통하여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장벽을 낮추는데 동참하겠다. 알라딘도 나서고, 예스24도 나서며 대한출판문화협회도 나서자.

도서정가제와 청년 대학생들에게 독서 기회를 높여 주는 것은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주장하는 바와 같이 도서는 문화로서 단순히 ‘상품’이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청년들과 대학생들도 단순한 ‘손님’이 아니다. 사회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모든 것이다. 기성 사회구성원들이 배려하고 투자해야 할 세대다.

도서정가제의 가치와 청년들과 대학생들의 가치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 도서정가제의 모든 족쇄를 풀고 이번 학기부터는 청년학생들에게 독서의 자유를 마음껏 허해야 할 때이다. 때마침 9월 17일 국회에서 개최되는 ‘정가제 공청회’에서 도서정가제가 추구하는 가치지향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진정성 있는 토론을 통해 밝혀 내기를 기대한다.

그 자리가 지난 16년간 도서정가제가 추구해 왔던 대로,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품격있는 창작도서에 대한 접권근을 드높일 수 있도록 허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지체되더라도 정의가 필요하듯 지체된 혁신이라도 그만큼 혁신이고 더욱 지금 필요하다. 지나간 어제보다 중요한 오늘과 내일 때문이다. 혁신은 현상의 파괴지만 현명한 자들은 그 파괴로부터 혁신과 파괴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2000년에 이미 배웠다.

<글쓴이> 배재광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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