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실의 세상돋보기②] "매일 북한 땅 바라보며 백두산 샘물 생산하고 있어요"
[이복실의 세상돋보기②] "매일 북한 땅 바라보며 백두산 샘물 생산하고 있어요"
  • 염지은 기자
  • 승인 2019.06.10 1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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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장백음료 생수 김시환 공장장이 들려주는 인생조언
압록강을 사이에 둔 장백현과 북한 혜산시./사진=이복실 전 차관.
압록강을 사이에 둔 중국 장백현과 북한 혜산시./사진=이복실 전 차관.

[포쓰저널] 중국 길림성 장백조선족 자치현에는 딱 두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롯데장백음료 유한공사의 김시환 법인장과 김대희 과장이 바로 그들이다. 김시환 법인장은 2015년 3월 3일 발령받았으니 장백현에서의 삶이 벌써 4년이 넘었다. 이곳은 북한의 혜산시를 마주한 압록 강변 도시이다. 지난 5월 말 장백현에 소재한 롯데장백음료 공장에서 그를 만나 장백현에서의 삶과 물에 관한 철학을 들어 봤다.

“물은 백두산 남쪽 물이 최고입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삼대 요소는 물, 공기, 노(NO) 스트레스이지만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깨끗한 물이에요.”

김 법인장은 강조한다. 그 중 물과 공기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그 어느 것보다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인류의 마지막 전쟁은 건강한 물의 쟁탈전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환경론자들도 한 둘이 아니다.

“백두산 물은 그 어느 물보다도 알칼리성이 높고 미네랄이 많이 녹아있는 광천수에요. 이정도 되면 단순히 물이 아니라 보약이에요.” 그의 백두산 물에 대한 자부심은 소비자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다. 중국 내 하이브랜드 수요자를 대상으로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현지에서도 백두산 북 쪽보다는 남쪽 물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는 데 북쪽 지역에는 생수공장이 수 십 개 있지만 남쪽에는 롯데칠성 생수공장이 유일하다. 건강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롯데음료에서는 2012년에 중국 생수 공장을 인수해 롯데장백음료 유한공사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백두산 하늘샘’이라는 상표로 판매되고 있다. 취수량은 1년에 24만 톤이다. 우리나라는 채취할 수 있는 물의 양을 하루 단위로 설정해놓고 있지만 중국은 1년 단위로 제한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롯데장백법인에는 현재 32명의 중국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월급수준 뿐만 아니라 복지혜택이 많아 현지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회사 중의 하나라고 한다. 공장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외곽에 있어서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다. 가게로 가려면 30분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외진 곳이다.

산속에 둘러쌓인 롯데장백음료유한공사 공장의 모습.
산속에 둘러쌓인 롯데장백음료유한공사 공장의 모습.
생수공장 내부의 모습.
생수공장 내부의 모습.

장백현에서의 외로운 삶

길림성 장백현은 중국 내에 두 개 밖에 없는 조선족 자치구로도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그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압록강을 경계로 북한 혜산시를 마주보고 있는 초 국경 접경지역이라는 점이다. 혜산시는 북한에서 다섯 번 째로 큰 도시이다. 필자는 지난 5월 말 장백 현을 처음 방문하였는데 장백 현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서울에서 심양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이, 심양에서 내려서 장백공항까지는 40분이 걸린다. 장백 공항에서 장백현까지 가려면 차로 세 시간이 걸린다. 세 시간 걸리는 동안 주변의 풍경은 온통 울창한 침엽수림이다. 중국 땅이 넓긴 넓구나 하고 느끼며 두 시간 쯤 가다보면 변방 검문대가 길을 차단하고 있다. 워낙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 중국 공안들이 지키면서 장백현에 출입하는 모든 외국인의 동태를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김 법인장은 지금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아내가 처음에는 함께 거주하려고 왔었는데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장백현에서 한국인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나 같았으면 어떠했을까? 상상해본다. 외로움도 외로움이지만 일단 음식 때문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필자는 기름지고 향이 강한 현지음식 때문에 장백현에서의 이틀도 사실 견디기 힘들었다. 김 법인장의 어머니는 발령 초기에 장백현을 방문하였는데 북한이 코앞에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아들이 이렇게 위험한 곳에 사는구나 하며 대성통곡을 하며 우셨다고 한다. 실제 장백현에는 북한과 밀무역을 하는 사람, 탈북을 돕는 사람들, 탈북한 사람들, 이들을 잡으러 온 북한관리 등등 북한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북한을 바라보며 사는 느낌

장백현은 북한과 초접경지역이다. 장백현을 처음 방문하는 필자도 압록강이 이렇게 폭이 좁고, 북한이 이렇게 가까이에 인접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압록강 상류이기 때문에 폭이 좁아서 강가에 서면, 북한 쪽의 사람들이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다 보인다. 강가에서 빨래하는 여성들, 물가에서 낚시를 하는 어른들, 달팽이를 잡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직장인들, 소 모는 농부들. 남루해 보이는 북한 주민의 고단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다 보인다. 정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경을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시골 개울처럼 강의 수심도 얕고 폭도 좁았다.

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인지 중국인지 구별하는 확실한 방법은 나무의 존재다. 나무가 있느냐, 없느냐가 확연하게 강을 사이에 두고 드러나는데 민둥산이면 영락없이 북한이다. 북한의 산은 나무가 하나도 없는데 반해 중국은 요즘 산림보호에 열심이라서 나무하나를 베면 옆에 나무하나를 또 심을 정도이니 중국에서는 민둥산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장백현에서는 2017년에 본격적으로 북한관광을 위한 산책로를 설치하고 관광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이곳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 코스인 백두산 관광을 서파 북파 코스로 많이 이동하고, 장백현에는 압록강변 외에는 그다지 관광 내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압록강 산책로는 북한을 보면서 강가를 쭉 따라서 걸을 수 있게 돼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 도안의 북한 화폐 모조품을 파는 상인도 있다. 얼마냐고 물어보았더니 50위안이라고 한다. 진짜 화폐냐고 물었더니 진짜라고 강조하는데 비전문가인 나의 감정으로는 진짜인지 위조인지 식별이 어려웠다.

지도로 본 장백공장 위치.
지도로 본 장백공장 위치.
생수 공장입구에서.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시환법인장, 세번째가 필자.
생수 공장입구에서.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시환법인장, 다섯번째가 필자.

통일을 기다리며

백두산 남쪽 샘물이 그 어느 샘물보다도 알칼리수이고 건강에 좋지만 서울에서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엄청난 물류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장백현에는 기차가 없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송강하역으로 와야 한다. 송강하까지는 차로 3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송강하역에서 기차로 대련까지 가야하고 대련에서는 배로 선적해야 한다. 생수 한 병을 먹기 위하여 장백현-송강하-대련-인천-서울까지 머나먼 여정을 거쳐야 한다. 물 한 병 비용의 90%가 물류에 드는 비용이라고 해도 허언이 아니다.

만일 통일이 된다면 사정은 다르다. 바로 코앞인 혜산에서 서울까지 기차나 트럭으로 보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김 법인장은 단순히 물류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통일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북한을 마주보며 매일 살기에, 그 누구보다도 분단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바라만 보아야 하는,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했지만, 지금 그에게는 생활의 일부로 녹아들어가 익숙하다.

거기에도 그들의 삶이 있고 여기에도 여기만의 삶이 있다.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가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질 정도로 세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이 너무나 다르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탈북민은 조선족을 부러워하고, 조선족은 남한을 부러워해요.” 헬 조선을 외치는 사회현상이 여기 장백현에서는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지는 것은 나만의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이런 삶의 애잔함이 사라지기를 고대해 본다.

 

▷필자 :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

-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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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 2019-06-13 09:33:38
어디에 태어나는가가 운명을 정한다는 점이 참 서글프기도 하고 대한민국에 태어나 산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저기가 우리 땅이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되었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