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년 구직 지원금' 받으려면 신한은행·농협은행 계좌 만들라면서...창구선 "대포통장 때문에 안돼요"
[현장] '청년 구직 지원금' 받으려면 신한은행·농협은행 계좌 만들라면서...창구선 "대포통장 때문에 안돼요"
  • 오경선 기자
  • 승인 2019.06.0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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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사는 조 모씨(남·31)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발급해주는 ‘취업성공패키지 참여 확인서’를 지참했지만 시중은행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이 힘들다는 안내를 받았다. 20영업일 이내에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제보사진.
취업준비생인 ㄱ씨(23)는 ‘취업성공패키지' 용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최근 서울지방노동청이 지정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을 찾았다가 두 곳 모두에서 신규 계좌 개설을 거절당했다. 최근 한달 이내에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ㄱ씨는 고용노동청이 발급한 확인서(사진)를 창구 직원들에게 제시했지만 "그래도 전산시스템 상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 /사진=독자 제공

 # ㄱ씨(여·23· 서울 종로구)는 구직활동을 도움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지만, 지원금을 제때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시중은행의 ‘20영업일 내 중복 계좌 개설 금지’  정책 때문에 노동부에서 지정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서다. ㄱ씨는  취업패키지 과정을 한달 가량 미룰 수 밖에 없는 것같다고 황당해 했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정부가 청년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취업 활동 지원금 제도가 대포통장 근절 대책에 막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구직 지원금 목적의 계좌 개설은 계좌 개설 증빙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 은행은 예외적으로 가능토록 지시하고 있지만, 일선 지점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정부부처와 시중은행의 업무 편의와 면피주의적 행태 때문에  청년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지원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와 은행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청년 구직활동 지원사업으로 ‘취업성공패키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취업성공 패키지는 개인별 취업활동 계획에 따라 직업심리검사, 직업훈련 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단계별로 참여수당, 구직촉진수당, 취업성공수당 등을 ‘내일배움카드’로 지원한다. 내일배움카드는 신한·NH농협카드 중 선택해서 발급받을 수 있다.

요건을 충족한 청년 구직자에게 포인트 형식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신한카드와 KEB하나카드로 사용 가능하다.

노동부는 클린카드(정부구매카드) 형태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카드 발급 시 당행 시중은행 계좌를 함께 개설하도록 한다. 하나카드와 신한카드의 경우 타행 계좌 연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경우 체크카드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일정한 수입이 없는 무직의 청년 구직자가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데 있다.

신한은행은 20영업일 내 타행에서 계좌를 개설했을 경우에는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에는 20영업일 내 타행에서 계좌를 만들었어도 청년 실업급여 수령 용도의 계좌 개설은 예외적으로 허용토록 내규를 정해놓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계좌 개설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ㅇ씨(여·26)는 “취업 지원프로그램 단계에 따라 2개월 동안 취업상담, 구직정보탐색, 취업활동계획 등을 시행하고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기위해 은행에 갔는데, 얼마 전 타행에서 계좌를 신규로 개설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다행히 일주일 후에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지 20영업일이 지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만약 시기가 엇갈렸다면 못 받았을 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ㄱ(여·23)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 중복 계좌 개설 금지로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고 안내 받고 나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발급해주는 ‘취업성공패키지 참여 확인서’를 지참해 다시 지점을 방문했지만 여전히 계좌 개설이 힘들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 신규 계좌개설 요건을 완화하면 대포통장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내규 지침 상 예외적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어도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을 위한 증빙 사유로 (청년 구직 지원금 수령 사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원금을 받는 사람 대부분이 직업이 없는 사람들로 계좌를 개설해줄 경우 대포통장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대포통장으로 쓰인 사례도 있어 거래 목적 증빙이 될 수 없도록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청년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용도의 경우 금융거래목적확인 등으로 객관적으로 증빙되면 타행에서 계좌를 개설했을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본부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각 지점에서 통장계좌 개설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비 서류를 갖추고 영업점에 방문하면 예외적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며 “지점에서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을 경우에는 담당자가 업무에 미숙해 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부 공정채용기반과 관계자는 “클린카드 발급사를 시중카드사(은행)로 확대할 경우 지원금 지급, 정산, 모니터링 등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카드사를 한 군데만 설정할 경우 청년들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어 두 군데로 설정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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