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실의 세상돋보기①] FBI 25년 근무한 고계원 박사를 만나다
[이복실의 세상돋보기①] FBI 25년 근무한 고계원 박사를 만나다
  • 염지은 기자
  • 승인 2019.05.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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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건들을 접한 그녀가 들려주는 인생 조언..."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FBI LA지역 홍보담당관 고계원 박사.
FBI LA지역 홍보담당관 고계원 박사

최근 미국 LA를 방문했다 한인커뮤니티 행사에 참석해 FBI(미국연방수사국) LA 지역 홍보담당관인 고계원 박사(미국명은 Kay Ko)를 만났다. 한국여성이 FBI에 근무하는 점도 생소했고 그녀의 업무도 흥미로웠다. 그녀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생은 정말 우연치 않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FBI에 근무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UCLA 대학을 졸업하고 연이어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을 때 마지막 학기인 5월 초에 학교에 연방정부 Career Fair(취업박람회)가 열렸다. 거기서 그녀는 FBI Recruiter Agent(취업담당관)를 만났다. 취업담당관의 첫 질문은 어떤 외국어가 가능하냐? 이었다. 그래서 한국어를 완벽하게 한다고 했더니, 너처럼 한국어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원서를 내었고 바로 합격이 됐다. 

육사를 졸업한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 이민을 갔는데 그녀의 한국어는 나와 똑같이 완벽하다. FBI 취업담당관을 만나기 전에는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를 하려고 했으나 그의 권유를 받고 인생행로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1993년 12월 26일 첫 출근을 하고 벌써 25년이 흘렀다.

FBI에서 지금 그녀는 홍보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이 분야는 아니었다. 통역관(Language Specialist)으로 입사해 2년 정도 일했고 그 후에는 수사 분석파트에서 20년 정도 근무하다 현재의 홍보분야로 옮겼다. 1995년에 수사요원이 되라고 해서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아 정보 분석 요원(Intelligence analyst)이 됐다. 수사요원들이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나 17개가 넘는 미국 여러 정보기관에서 받은 정보들을 분석하는 것이 그녀의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20년 간 비밀 서류만 다루고 출입문을 7개나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밀폐된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니 창살 안에 갇힌 동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 바깥으로 나가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없을까 찾다가 기회가 닿아 홍보담당관 일을 시작했다.

고계원 박사
고계원 박사

지금 주로 하는 일은 아시안 커뮤니티와 연방정부를 연결해주는 일이다. FBI 대표로 지역 내에서 워크숍, 리더십 트레이닝들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백악관 산하 자문위원(White House initiative for Asia Pacific Islanders)으로 추천되었고, 아태커뮤니티 기금펀드(Asia Pacific Community Fund)에는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시안 커뮤니티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연방정부가 긴밀하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커뮤니티를 한눈에 배울 수 있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 FBI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한인 사회 교민들이 이민자로 고생하며 살면서 FBI에 체포되어 오게 되면 아무래도 수사기관이다보니 무서워하고 어려워한다. 그런 상황에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상황은 더욱 힘들어진다. 체포 직전이나 수사받기 전에 영어 때문에 정확한 소통이 안되서 힘들어하는 한인들을 많이 봤다. 통역사를 따로 부를 수가 없기 때문에, 요원들이 찾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해 그 분들에게 미약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안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는 점은 지금 생각해도 보람 있었던 일 중의 하나이다.

단순히 통역의 역할을 넘어서, 어려운 일을 맞닥트린 한국 분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면서 심리적인 안정시켜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한인들이 연계된 사건들은 주로 마약 밀수, 은행 사기, 성추행사건들이었다. LA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LAPD(LA시 경찰)이 담당하지만 여러 주와 관련 된 각종 강력사건, 인질이나 테러 등 문제가 큰 국제적 사건들은 FBI가 맡는다.

특히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하나는 정보 분석요원으로 일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금요일 오후 4시 반에 전화가 왔다. 사무실 아래층에 여권국(Passport Agency)내 Domestic Security Service라는 기관이 있었다. 위조여권을 조사하는 곳이다. 젊은 한국친구가 체포되어서 왔는데 한국말만해 요원들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른 내려가 봤더니, 수갑을 찬 한국 청년이 의자 뒤에 묶여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청년은 미국에 온지 6개월 밖에 안 됐다. 영어를 배우려고 주유소에서 일하다가, 지나가던 남미계 사람이 다가 와서 너 미국여권 갖고 싶지 않냐는 말에 혹하여 출생 신고서를 300불에 샀다. 위조된 출생신고서를 가지고 미국여권을 발급 받으러 왔다가 체포된 것이다. 이 청년은 영어도 안되는 데다가 너무 당황하고 겁에 질려 완전 넋이 나가 있는 심리적 공황상태였다.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는데도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달래서 자초지종을 알아내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솔직하게만 이야기하면 괜찮아 질 수 있다고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통역관이자 누나이자 엄마다라고 생각하며 이 청년을 진심으로 도왔고, 결국 그는 그 날 저녁에 풀려 나올 수 있었다. 수사실을 나오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수도 없이 반복하던 그 청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FBI에 근무하기를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곤경에 처한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이 세상에 흔하지는 않다.

고계원 박사
고계원 박사

- FBI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굵직굵직한 한국 관련 케이스와 항상 함께 했다. 한국과 LA 지역에 큰 충격을 준 에리카 킴과 동생 김경준 사건 수색에도 참여했다. 두 남매가 투자가를 모아서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13 million 달러 투자금 일부를 스위스 계좌에 숨기고, 베벌리 힐즈에 저택을 사서 부모님을 살게 하는 등 투자금 의혹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남동생이 FBI 조사를 받았다.

금요일 새벽 4시, 수색영장을 들고 도넛 샵 파킹장에서 30명 FBI 요원과 LAPD SWAT 팀이 모여 수색을 준비했다. 수사 요원 두 명이 “FBI Open the door” 외쳤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옆에 있다 한국말로 “계세요?”라고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때 어머님이 문을 열어 주었다. 수색은 6~7시간동안 진행되었다. 당시 저택의 리빙룸에는 큰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리빙룸에 앉아서 수색이 끝날 때 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그 뒷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한인 동포사회에 주고 싶은 메시지는.

이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성품 중 하나는 솔직함이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직하고 솔직한 것이 위험에 닥쳤을 때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효한 방법이다. 작은 곤경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실타래처럼 엉켜져서 나중에 더 큰 곤경에 빠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앞으로 한인 동포사회 차세대들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동안에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비영리 단체에서 인생의 지혜랄까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멘토링이나 리더십 훈련을 해주고 싶다.

"너희들은 굉장히 머리가 좋은 한국사람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진심으로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실제로 고박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년동안 월요일부터 목요일 저녁에 로스쿨을 다닌 맹렬여성이다.

FBI에 25년 근무하며 수많은 사건들을 보면서, 그녀 나름 인생철학이 생겼다. 당연히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하지만, 인생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가만히 놔두어야한다는 점이다.

또 너무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인위적으로, 억지로 일을 만들고, 지나친 욕심을 내어 사건을 일으키고 범죄에 연루되어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지나친 욕심을 내지 마세요." 그녀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필자 :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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