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도 모르게 바뀐 姓, '유'씨가 '류'씨로...법원 "손해입증해야 되돌릴 수있다"
[단독]나도 모르게 바뀐 姓, '유'씨가 '류'씨로...법원 "손해입증해야 되돌릴 수있다"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9.05.09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자신도 모르게 성(姓)이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사자는 정정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성을 바꿔서 발생한 손해가 증명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서울에 사는 유시우씨는 9일 "어려서부터 ‘유’(柳)씨 성을 사용해 왔는데 가족들이 성을 '류'씨로 바꿔야 한다며 내 동의없이 내 성도 변경해버렸다"고 황당해 했다. 

유씨는 여권, 주민등록증, 운전면허는 물론 금융거래도 그동안 모두 유시우라는 이름으로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2014년 가족들이 한자어 그대로인 ‘류’로 성을 바꿔야 한다며 전주지방법원에 ‘등록부정정허가’ 신청을 했다. 법원은 2014년 3월 3일 이를 받아들여 성 변경을 허가했다.

문제는 가족들은 본인들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유시우씨는 성 변경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임의로 변경돼 버렸다는 점이다.

유씨는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유시우라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성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등본 상 이름과 대학교 졸업증명서 등이 다른 점을 문제 삼아 유씨에게 소명을 요청했다.

은행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도 등본 상 이름과 은행에 등록된 이름이 달라 번거로운  정정절차를 거쳐야 했다.

임명장, 상장 등에도 주민등록등본과 다른 유시우라는 이름이 기재돼 있어 이를 모두 소명해야 했다.

이에 유씨는 전주지방법원에 정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자 성의 한글표기를 정정한 사람이 정정 전의 한글표기로 재 정정신청을 한 경우 사건 본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소명돼야 한다”는 이유로 정정신청을 기각했다.

유시우씨는 자신의 동의나 고지 없이 등록부 정정을 진행한 전주지방법원 법원장과 판사, 공무원 등 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 역시 1심, 2심은 물론 대법원도 전주지방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시우씨는 평생 ‘류시우’라는 이름으로 살게 됐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대법원 가족관계등록 예규 제257호 제3조가 "두음법칙이 적용된 성의 경우 본인이 아니라도 직계존·비속이 성의 한글표기 정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민법 781조는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다. 이는 아들이나 딸이 되는 가족이 부모와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법에 따라 두음법칙이 적용된 성의 변경은 가족이 함께 공동 신청해야 하며 모두가 같은 성을 사용하게 된다.

또 성의 한글표기를 정정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정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성이 바뀌는 모든 가족에게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가족 모두의 동의를 얻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법원이 다수 가족 동의만으로 등록부정정을 허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나모씨 역시 평생 나씨 성으로 살아왔으나 다수 가족들이 성을 ‘라’씨로 변경신청해 본인은 원치 않게 라씨 성을 사용하게 됐다.

성이 변경됐을 경우 이를 되돌리는 일도 쉽지 않다.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제257호 제7조는 ‘가족관계등록부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를 정정한 사람이 정정 전의 한글표기로 재 정정신청을 한 경우, 관할법원은 이를 허가하지 아니하면 사건본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소명되지 아니하는 한, 등록부정정을 허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즉 사실상 증명이 힘든 성을 바꿈으로 발생한 손해를 법정에 제출해야만 원래의 성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유시우씨는 “단순히 성이 바뀐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사용한 이름이다. 모든 증명을 새로해야 했다”며 “금융거래를 포함한 경력 증명 등에서 큰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자신의 이름이 나도 모르게 바뀌었는데도 이를 정정해줄 수 없다는 법원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