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자녀- 아내가 바람피워 난 자녀, 이혼 후에도 남편이 양육비 부담?
인공수정 자녀- 아내가 바람피워 난 자녀, 이혼 후에도 남편이 양육비 부담?
  • 임혜지 기자
  • 승인 2019.05.08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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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22일 친생자 추정 인정여부 공개변론

[포쓰저널=임혜지 기자]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인해 제3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내 자식이 아님을 확인했음에도 출생신고한 자녀는 이혼 후에도 남편의 자식일까, 아니면 그냥 '남남'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2층 대법정에서 아버지 ㄱ씨가 자녀 두 명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의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1985년 ㄱ씨는 ㄴ씨와 결혼했지만 무정자증으로 인해 자녀가 생기지 않아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로 자녀를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93년 자녀인 ㄷ씨가 출생했고, 부부는 자녀 ㄷ씨를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했다.

이후 1997년에는 ㄴ씨가 혼외 관계를 통해 자녀 ㄹ씨를 출산했고, ㄱ씨는 ㄹ씨를 자신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갈등은 2013년 ㄱ씨와 ㄴ씨가 부부갈등으로 인한 협의이혼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자녀들은 자신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였던 ㄴ씨와 양육비 갈등을 겪던 ㄱ씨는 자신이 자녀들의 생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이 병원에 유전자(DNA) 검사를 맡긴 결과 두 자녀 모두 ㄱ씨와 유전학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쟁점은 A씨의 동의 하에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해 태어난 자녀 C씨가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지, 혼외 관계로 태어난 자녀 D씨에 대해 친생자 추정의 예외가 인정되는지 아닌지의 여부다. 

민법 844조는 제1항에서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한다"고 한 뒤 제2항에서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제3항에서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 이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846조와 847조는 친생자 부모만 소송을 통해 친생자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당사자 자격을 제한하고, 소송 제기 기간을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로 엄격하게 제한한다. 

가족관계의 평화와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정된 제도다.

하지만, 출생한 자녀와 혈연관계가 아닌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민법에 따라 무조건  '부모-자식' 관계를 강제하면 되레 인륜에 반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7월 '외관상으로 명백하게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당시 남편과 부인이 별거한지 약 2년 2개월 후에 자녀를 출산한 사례에서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엔 친생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친생 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경우로 '동거의 결여'만을 인정하고 그 이외 사유는 일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검사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인공수정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출산이 생기면서 대법원의 기존 태도가 지나치게 '구닥다리'라는 의견이 대두됐다.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유전자형 배치를 기준으로 친자를 판단하자는 '혈연설'과 가정의 파탄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가정파탄설'이 법학계에서 제기된 상태다. 

반면 이미 형성된 사회적 친자관계를 중시하는 기존 법리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다. 

원심은 아버지이자 원고인 ㄱ씨의 소송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소를 각하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결이다. 

첫 아이인 ㄷ씨의 인공수정·출산에 대해 ㄱ씨가 동의했고, 둘째 아이인 ㄹ씨의 경우 부부 사이의 동거가 결여됐고 유전자 형태도 달라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나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춰 양친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ㄱ씨의 상고로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자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36년 만에 친생추정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친생자 여부는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가족관계의 형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부양, 상속 등의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새로운 임신·출산 모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의학적 문제와 관련 제도에 미칠 수 있는 파장도 적지 않으므로, 각계의 의견 수렴과 아울러 폭넓고 치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공개변론을 여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법무부·보건복지부·한국민사법학회·한국젠더법학회 등 14개 단체에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민사법·가족법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원고 측 전문가 참고인으로는 차선자 전남대 로스쿨 교수, 피고 쪽 전문가 참고인으로는 현소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출석해 의견을 진술한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네이버 TV·페이스북·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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