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NO] 삼성물산 땅에 묻힌 이병철...이재용이 '배임'상황을 방치하는 이유
[반칙NO] 삼성물산 땅에 묻힌 이병철...이재용이 '배임'상황을 방치하는 이유
  • 염지은 기자
  • 승인 2019.05.07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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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염지은·오경선 기자] "이 안에 이병철 회장님 묘가 있나요?"...... "사유지라서 잘 모르겠는데요."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호암미술관 매표소 앞. 제복을 차려입은 미술관 직원은 매표소 옆에 위치한 이 회장 묘를 언급하는 기자를 의심스런 눈치로 훑어보더니 퉁명스레 답했다. 이병철 회장 묘지는 일반인에겐 금단의 땅이다.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매표소 쪽에서 찍은 고 이병철 회장의 동상. 동상 뒤로 고인의 묘가 있다./사진=임혜지 기자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매표소 쪽에서 찍은 고 이병철 회장의 동상. 동상 뒷편에 고인의 묘가 있다./사진=임혜지 기자 

 

삼성그룹 이병철 선대 회장의 묘는 용인시 가실리 93-10번지에 조성돼 있다. 에버랜드와 글렌로스골프장 사이, 호암미술관 옆이다. 이병철 회장 묘자리의 등기부상 소유권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등 이씨 일가가 아니다. 삼성물산이 주인이다.

삼성물산이 묘지 사용 대가를 이건희 회장 등으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대표이사 등은 배임죄의 책임을 져야한다. 

이런 상황은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1987년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묘지만 필지분할해서 후손들이 삼성물산에서 사버리면 간단하게 해소된다.

묘지 자체만 보면 500㎡ 정도 넓이다. 해당 토지 개별공시지가는 ㎡당 21만7000원이다. 총 1억원 안팎의 비용이면 말끔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이렇게 하지 않고 '회사 땅에 선대 회장 묘를 썼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을까.

고 이병철 회장의 묘(파란색 원)가 있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93-10번지 일대. 이 땅의 소유권자는 이건희 회장 등 후손이 아니라 삼성물산이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30년째 배임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카카오맵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포쓰저널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선대 회장 묘터를 자신들 명의로 이전할 수 없는 것은 이병철 회장의 유지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병철 회장은 임종 3년 전인 1984년 10월 20일, 현재 호암미술관 부지 등과 함께 가실리 198-2번지, 2000㎡(606평) 필지를 개인명의로 구입했다. 

이 필지에는 현재 이병철 회장의 동상이 들어서 있다. 묘는 이 땅 뒤편에 조성돼 있다.

이병철 회장의 동상이 있는 가실리 198-2번지 부지. 606평인 이곳을 이병철 회장은 애초 자신의 묘자리로 점찍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땅은 이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이재용 등 친지 29명과 자택이었던 승지원의 합유로 등기돼 있다. /카카오맵

특이한 점은 198-2번지 소유권자다.

등기부상 이 땅 소유권자는 이병철 회장 본인과 함께  이건희 회장 등 자녀 2남 5녀 및 손자, 조카 등 29명과 이 회장이 살았던 호암승지원 등 총 30명이다.

등기부에는 "본 물건은 현 합유자의 후손에게 대대로 상속되는 것으로 함"이라는 특약이 기재됐다. 

민법상 '합유(合有)' 토지는 공유와 달리 합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처분이나 변경이 가능하다.

이병철 회장은 이 땅을 자신의 묘자리로 점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망전 폐암으로 10년 가까운 투병생활을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묘지 권리자로 본인을 비롯한 가족 29명과 자택(호암승지원)을 합유자로 해놓은 것이다.

이병철 회장 본인은 회사 땅을 자신의 묘자리로 무단 사용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어떤 이유에서인 지, 이건희 회장 등 자손들은 이병철 회장의 묘터를 삼성물산 소유 땅으로 위치를 바꿨다. 

고 이병철 회장 동상이 자리잡은 가실리 198-2번지 토지 부동산등기부 일부.
고 이병철 회장 동상이 자리잡은 가실리 198-2번지 토지 부동산등기부 갑구 말미 부분. "본 물건은 현 합유자의 후손에게 대대로 상속되는 것으로 함"이라는 특약사항이 기재돼 있다.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땅의 합유자로는 이병철 회장의 자녀 2남 5녀와 손자, 조카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회장은 이인희·맹희·창희·건희·숙희·순희·덕희·명희 등 3남 5녀를 뒀지만 장남인 이맹희 고 CJ그룹 명예회장은 합유자에서 제외됐다. 일본인 처와의 사이에 낳은 4남 이태휘씨, 6녀 이혜자씨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소유권자 명단에는 이병철 회장 본인를 필두로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이 있고 이어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과 손자인 이재관·재찬·재원씨가 명기됐다.

다음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조카인 고 이동희 제일병원 이사장과 이 이사장의 자손인 이재곤·재순·재훈·재성·재호·재준씨가 등재됐다.

이어 장녀인 이인희 고 한솔그룹 고문과 외손자인 조동혁 한솔그룹명 명예회장·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동길 한솔그룹 회장, 차녀 이숙희(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씨와 외손자 구본성 아워홈 대표, 3녀인 이순희씨와 외손자 김상룡씨, 5녀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외손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4녀인 이덕희씨와 외손자 이권수·승윤씨, 호암승지원 등의 순으로 기재됐다.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사진=삼성
고 이병철 회장.

재계 인사는 "이들 중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이병철 회장의 묘가 자신들의 합유지가 아닌 삼성물산 땅에 위치한다는 것을 지금도 정확히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병철 회장의 묘자리는 본디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삼성물산 땅에 있고 이런 '배임적'인 상황을 벗어나려면 가족 명의로 땅을 돌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병철 회장의 유지대로라면 묘자리 소유권은 이건희 - 이재용 부자 뿐아니라 서른명에 가까운 다른 친지들과 '합유' 해야 한다.

동상 부지 등기가 실증하듯이, 애초 고인의 뜻은 본인의 묘자리만은 자녀-손자 등이 자자손손 '찢어지지 않고' 사이좋게 소유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물산 소유의 호암 묘자리를 자신들만의 소유로 쉽게 가져올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삼성물산 측에 이병철 회장 묘지과 관련해  총수 일가로부터 부지 사용료를 받기 위한 임대차 계약 등을 체결했는 지 여부를 문의했으나,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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