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서정가제 100만 국민청원 시리즈3

-현행 도서정가제를 지지하거나 그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 특히 대형 출판사들은 2014년 개정당시 현행 도서정가제가 도서출판 생태계 문제와 출판사 경영상황을 해결해 줄 요술방망이로 그렸다.

-문제는 중고책에 대한 저작권료 부과의 문제다. 그럼에도 실제 중소출판사들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중심의 대형 출판사들에게 관성적으로 동조함으로써 자신들의 경영위기 심화를 자초하였다.

 

■2014년, 도서출판생태계에는 어떤 일이 발생했나

2014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중심의 출판인들과 한국서점조합엽합회(서연)에 소속된 지역서점들이 오매불망 갈구하던 대로 2003년 체제가 와해되고 2014년 도서정가제 체제가 도입된 해다. 2014년 체제의 의미는, 법령 혹은 협약으로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15개국 중에서, 가장 강력한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를 사실상 전면개정하여 구간에 조차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고 출판사의 완전 재량권인 재정가에 대해서 절차적 규제를 함으로써 중고출판사도 더욱 존폐의 기로에 서게 만들엇다.

앞선 ‘바보야~’시리즈에서 밝혔듯이 신간 중심의 베스트셀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구간도서를 모두 폐기하는 결과를 감수하였다. 대형출판사들 조차도 한해 출간서적의 무려 30%에 이르는 도서를 폐지로 만들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는 서점 매대나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광고를 할 수 있는 대형 출판사들을 제외하고는 책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와 수단이 제한된 것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의 전면개정은 재정가라는 또다른 취지의 제도로서 구간행물 정가제 배제를 대체하였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양제도는 결과로서 모습은 비슷하지만 취지와 효과에서 전혀 다른 제도다. 정가제는 최종 판매자인 서점의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제도인 반면, 재정가제도는 저작권자 혹은 출판사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으로 법에 특별히 규정되지 않더라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더구나 재정가 자체를 어렵게 하는 절차적인 규정은 그마저도 형해화 시켰다. 6년동안 겨우 40~50만종 책 중에서 13,000종만 재정가되었다는 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2014년 체제를 작출한 출협, 서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 등은 단순히 도서정가제를 넘어 궁극적인 비젼을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제도이며 헌법이 정한 경제민주화를 위한 출판산업 정책이라고 포장하였다.

[개정 도서정가제 영향평가 및 향후 방향 연구 보고서, 2016. 11. 한국출판산업문화진흥원]

아이러니한 것은 2014년 체제의 결과다. 2014년 체제의 옹호자들이 바라는 바와 달리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는 종이책 신인작가의 멸절, 중소출판사 경영상황 악화 심화, 중소형 서점 점유율 하락,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점유율 확대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당시 헌법정신을 내세운 것과 달리 지난해 20만 국민청원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 민관협의체에서 재정가 시일을 앞당기는 선에서 웹툰, 웹소설 분야까지 전면 확대적용이라는 결과를 내 놓았으니 문재인 정부의 혁신과 공정에는 아예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개정당시 주장했었던 유엔산하 유네스코의 이상인 문화 다양성,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경제민주화와는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주인인 20만 국민청원자들에게 제시했다.

■ 저작권자와 출판사들의 딜레마

현재 저작권자와 출판사 입장에서 도서시장 확대에 장애가 되는 것은 두가지라고 보여진다. 도서정가제와 기업형 중고책 시장의 확대다. 도서정가제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구간행물에 조차 정가제를 적용함으로써 구간을 폐기해야 하는 딜레머를 안겼다면, 모바일과 배송시스템의 발달은 중고책 시장을 확산시켰다. 알라딘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중고책 거래 확대정책과 근래 당근마켓의 등장은 갈수록 저작권자와 출판사들의 핵심적인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출협이나 진흥원 등 민관협의체에서 이에 대한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고작 장기대여 금지, 신간 중고책 시장 출시 금지 같은 시의적절하지 않은 낡은 대응책이 주류를 이룬다. 대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만 2014년 현행 체제 골간을 유지한다면 광고와 자본으로 책이 꼭 필요한 제한적인 사람들에게 기존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결국 대다수 저작권자들과 중소형 출판사, 독립출판사들은 이번 민관협의체 개정안에 따르면 존속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더구나 작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대면 강연 등이 감소한 상황에서 저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20만 국민청원자들과 함께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이 제안하는 것은 ‘저작권 소진론’에 대한 재검토다. 중고책이 청계천 중고책방에서 거래되던 예전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바보야, 문제는 배포권의 중고책적용이야

이제 일부 대형서점과 대형출판사 같은 기득권 유지 정책에 불과한 2014년 체제를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이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기업형 중고서점에 대한 저작권 소진론의 폐기와 저작권료 부과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물론 개인간의 중고책 교환, 거래 등에는 지금처럼 적용하지 않는다.

대형 출판사들 조차 출간된 책의 20~30%를 폐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정가제를 폐지하거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재판매가격유지제도에 규정에 따라서 도서정가제를 운용하여 문화다양성과 경제민주화에 어긋남이 없도록 현행 도서정가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법 취지대로 저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저작권 소진론’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저작권법 제20조 단서를 개정해야 한다.

제20조(배포권)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고 규정된 단서를 단서를 기업형 중고책 서점에는 저작권 소진론 적용을 배제하고 개인간 거래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로 인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과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전자책과 웹툰, 웹소설 시장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제거, 4차산업혁명 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형태의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을 확산할 수 있는 4세대 플랫폼 인스타페이 등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문체부와 진흥원은 국민청원20만명의 핵심 주장이 도서정가제 폐지(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제도로 원상회복)하고 전자첵에 대한 적용배제, 현행 2014년 체제를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멈추라는 것이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에서는 8월부터 2020 도서정가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글쓴이: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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