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작년 20만 국민청원은 분명히 도서정가제의 폐지, 가격할인 폭 축소, 완전도서정가제 등 현행 도서정가제의 강화 반대에 서명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제시된 도서정가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과 공정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원한 20만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토론회였다.

 

 15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주최로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 대표 배재광)이 주도한 청와대 20만명 국민청원에 대한 박양우 장관 답변을 구체화한 토론회였다.  

지난해 국민청원에서 20만명의 도서 소비자가 요구한 것은 ‘도서정가제 폐지’다. 그리고 폐지 전이라도 현행 도서정가제를 전자책, 웹소설, 웹툰 등 새로운 분야에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당연히 현행 도서정가제를 개악하여 할인율을 감소하거나 완전도서정가제를 추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요구이기도 했다. 박양우 장관의 12.12 답변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공개토론회 자료집에서 현행 도서정가제 운영평가를 보면 도서 소비자인 국민들과 중소 출판사, 작가 등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평가로 보인다. 자료집에 첨부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 나타난 결과에도 부합하지 않는 평가다(작년 9월 17일 국회에서 진흥원이 발주한 도서정가제 연구용역 중간발표 당시 완전 도서정가제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었던 자료로 보인다).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동의한다는 것과 현재 제도화된 도서정가제에 동의한다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조사하는 것도 문제다.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로 개정 당시 출판문화진흥법 제22조 정가제 규정에 의해 새로운 문화다양성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하면서 제시한 취지다. 신진작가도 출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창작의 다양성이 주어 지고, 당연히 중소형 출판사들도 대형 서점의 공급률 정책을 넘어 대형 출판사들과 공평하게 어우러지는 출판의 다양성이 가능하게 되어, 독자들은 창작과 출판의 다양성에 의하여 온갖 양서를 가까운 서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온라인 서점과 중소지역 서점, 대형서점들이 잘 어우러지는 유통의 다양성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도서정가제, 즉 재판매가격유지제도의 취지는 이와 같이 2014년 갑자기 새롭게 만들어 진 것이다. 6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애초 주장한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신진작가는 자신의 저서를 출간해 주겠다는 종이책 출판사를 찾을 수 없어서 웹소설, 웹툰으로 갔다. 중소형 출판사만 아니라 대형출판사 까지 한해 출간도서의 20~30%까지 폐지로 버리는 실정이다. 도서 소비자는 다양한 책을 만나지 못해서 가구당 도서 소비량을 44%나 줄여야 했다. 지역 서점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고 어렵다. 그나마 지역서점들은 공공도서관 납품권 보장 받아서 겨우 경영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앞서 주장한 도서정가제의 취지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도서정가제 취지, 즉 재판매가격유지제도의 취지는 저작권자와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종판매자인 서점의 판매 가격결정권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제도다. 그런데 문체부와 진흥원이 2014년 도서정가제를 개정하면서 내세운 취지는 사실 제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고 있었지만 개정명분이 필요해서 창조해 낸 자의적인 창작품이다. 도서정가제, 재판매가격유지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여론조사나 국민들이 알고 있는 대로 도서정가제나 그 취지에는 긍정적이라는 조사결과는 실질적으로 제도운영자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취지를 실질적인 취지라고 오해한데서 비롯된 답변이다. 도서정가제의 취지라고 알려진 것은 실제 도서정가제와 상관없는 가공된 취지에 불과한 것이므로 여론조사에서 도서정가제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조사결과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좋은 말만 잔뜩 나열해 놓은데 취지에 찬성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집에 실린 2014년 개정도서정가제 운영 효과에 대한 평가를 보면, 현실과는 다른 측면이 다수 엿보인다. 도서가격상승이 억제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는 책의 수요가 가구당 44%나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을 간과한 평가이고, 신간중심의 시장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구간에도 정가제를 적용함으로써 출간한지 6개월 이내 신간만 판매되고 구간은 더이상 판매될 수 없게 된 사실이 반영된 결과다. 출판사들이  한해 출간서적 20~30%를 파쇄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서점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는 지방정부가 공공도서관 등에 지역서점 납품권을 보장해 준 결과이고 도서정가제의 효과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오죽하면 지역서점들이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실제 이유가 공공도서관 납품권과 납품가액 보장 때문이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리겠는가.

어쨌든 이번 토론에서 그나마 성과가 있었다면,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국민청원 20만명의 도서정가제 폐지 주장을 고려해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한 것일 것이다. 그래서 실시한 소비자 대상 도서정가제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라 향후 개선안을 마련하게 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생각된다. 1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내용은 현행 도서정가제 개선과 폐지의견이 무려 77.1%이고, 개선할 경우에도 할인율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70.7%에 달한다는 결과다. 구간도서에는 정가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결과도 현행 도서정가제 개정시부터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 받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전자책이나 웹소설, 웹툰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도 도서정가제의 무차별 확대적용이 혁신과 공정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만약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가 없었다면 토론회와 개선안의 결과는 끔찍했을 것이다. 민관협의체구성 면면과 현행 도서정가제 평가가 거기서 이루어 진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 협의체에서 논의한 주요쟁점에 대한 입장들을 보면 애초 협의체를 구성한 목적이 기존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 결과는 정책당국자들이 국민청원에 참여한 20만명의 거대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부다. 혁신하고 공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정부 공직자는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이다. 그 정책 방향이 수미일관하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제 모두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공정한 국가를 만들고 혁신성장을 통하여 보다 나은 삶을 기약할 수 있어야 하겠다. 도서정가제 역시 이 위대한 목표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결과는 과정의 필연적 산물이다. 미리 정해 둔 것이 없다면 이러한 공정한 과정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글쓴이: 배재광 완반모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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