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IBK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 불완전 판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은행 측은 6월 환매중단된 투자원금 695억원의 절반을 가지급하는 ‘선보상’안을 의결했다.

윤종원 행장의 결단에 따른 조치였다. 금융당국의 불법 여부 판단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투자자 피해 최소화와 구제를 위해, 은행 손실을 불사하고 취한 조치였다.

이상한 건 선보상안 발표 이후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되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행장과 기업은행이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고 주장한다.

윤 기업은행장이 선심성 선보상 카드가 피해자들의 투쟁 열기를 부추기는 자충수가 된 꼴이다.

피해자들은 특히 선보상안 발표이후 은행 측이 별다른 후속 조치없이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데 격분하는 모습이다.  

불완전판매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는데도 은행 측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과정을 거쳐 보상할 것”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이 고령투자자에게 펀드 가입을 권유하면서 자필 서명을 누락하고 서류상 확인 항목을 센터장이 임의로 체크해 서류를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대책위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고령자 노인에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권유준칙을 지키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고령투자자에게 가입확인서상 최종적으로 받아야 할 자필 서명을 누락하고 서류상의 확인 항목도 센터장이 임의로 체크해 적합하도록 조작한 후 가입시켰다.

또 사전에 상품 권유의 적정성을 확인하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 투자 손익에 따른 투자자 책임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배우자에게 대리 서명을 받아 계약을 확정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투자권유준칙을 보면 ‘만70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신체적인 쇠약과 더불어 기억력과 이해력이 저하될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고령자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면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기업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폭로하며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는 명백한 사기 행위로, 계약은 원천 무효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환매가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상품을 판매했고, 10개월 이상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거짓 장담하는 등 불완전 판매했다며 명백한 사기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면서 투자원금에 이자 10%를 포함한 11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윤 행장이 6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기로 하면서 화해모드로 전환되는 듯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윤 행장이 대책위 요구안을 모두 거절, 일체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오히려 책상을 치고 언성을 높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이면서 갈등은 깊어져 갔다.

대책위 면담이 종료된 직후 “윤종원 행장의 보여주기식 언론 플레이에 놀아났다. 강경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노했다. 면담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탓이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의 면담은 역시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윤 행장이 피해자들을 달래기 위한 자리 마련에만 급급했다는 시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행장은 또다시 자충수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들에게 발송한 선가지급 보상절차 안내서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통한 보상비율에 따라 가지급금에 포함된 펀드 회수 예상액에 대해 발생한 이자도 확정 보상비율에 따라 정산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다.

안내서에는 ‘금감원 보상비율에 동의를 하고 보상절차를 계속 진행하려면 기업은행 및 기업은행 임직원을 상대로 기존에 제기한 민원, 고소 및 소송 등을 취하해야 하며, 신규 민원, 고소 및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까지 달려 있었다. 기업은행은 피해자들의 반발에 해당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윤 행장의 행보를 두고 기업은행을 신뢰 위기에서 구하기는 커녕 ‘긁어 부스럼’만 만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윤 행장이 이 사태를 순탄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인지 의문을 품은 시선이 많다.

선보상이라는 낯선 표현으로 면피성 대책만 내밀어서는 안 된다.

디스커버리 펀드가 판매되고 한참 뒤에 기업은행장에 ‘낙하산 투하’ 됐기 때문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윤 행장에게 떨어진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청와대맨에서 뱅커로 옷을 갈아입은 윤 행장이 리더십을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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