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민소송하려면 먼저 감사청구부터 했어야"
13일 서울특별시 기관장으로 '온라인 장례식' 진행

[포쓰저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시 기관장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강용석 변호사 주도로 제기된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12일 오후 각하했다.

'각하'는 소제기 자체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리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이날 오후 강 변호사가 서울시민 227명을 대리해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특별시장(葬) 집행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법은 공무원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감사청구를 한 주민'만이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채권자들이 이 사건 신청 당시 정해진 절차에 따른 감사청구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감사청구를 먼저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주민소송을 낸 것은 법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지방자치법는 16조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뒤 17조에서 '감사청구한 주민은 주무부장관 등이 감사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이 지나도 감사를 끝내지 아니하거나, 감사결과에 불복하는 경우 등에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운영 및 주민감사청구에 관한 조례' 에 따라 19세 이상의 주민 200명 이상의 연서로 감사청구를 할 수 있다.

심리 과정에 재판부가 이런 지적을 하자 강 변호사 측은 심문을 마친 뒤 행정안전부에 감사청구를 접수했지만, 재판부는 이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나아가 "설령 이 사건 신청 후 감사청구를 해 적격 하자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며 "모든 자료를 종합하더라도 '공금을 계속 지출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해당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 등의 목적을 가진 이 사건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의 장례는 예정대로 5일장 형식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 등을 감안해 13일 오전 8시30분 영결식 등을 온라인 공개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강 변호사 측은 전날 오후 8시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이들은 "정부장의 경우 소속기관의 장이 행안부, 청와대 비서실과 협의한 후 소속기관장 제청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추진해야 한다"며 "서 시장권한대행은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은 채 박원순의 장례를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정해 장례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례에는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관련 규정 검토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장례가 이틀도 남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주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는 것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기보다는 마치 장례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장례는 기관장이기 때문에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지 않고, 공금의 지출에 따른 손해가 있다면 다른 법적 절차를 통해 회복 가능하므로, 가처분 신청이 반드시 인정돼야 할 필요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기관장은 이번 박 시장 사례가 사실상 처음이다. 관련 법령도 제정돼 있지 않다.

다만 행정안전부 '정부의전편람'은 기관장에 대해 "기관의 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나 기관업무 발전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무원이 사망하였을 때 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적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정부의전편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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