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명화 '장고' 11일 밤 10시 40분

장고(DJANGO)=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출연: 프랑코 네로, 호세 보달로, 로레다나 누시악, 에두아르도 파야르도/제작: 1966년 이탈리아, 스페인/ 러닝타임: 90분 /시청연령: 15세이상

장고

[포쓰저널] 영화 '장고'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장르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미국 웨스턴 영화의 틀을 깬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웨스턴 영화에서처럼 선과 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정의감에 바탕을 둔 영웅 같은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자신의 이익이나 복수를 위해 싸울 뿐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돈 앞에서 의리 같은 건 쉽게 무너져 버리고, 이권 다툼이 넘쳐나는 것이다.

유령 마을이 돼버린 멕시코 국경, 복수와 황금을 향한 욕망이 뒤섞인 한 바탕 유혈극이 벌이진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관을 끌고 등장하는 주인공은 진흙탕 길을 힘겹게 걸어서 온다. 검은 망토에 검은 모자, 군인을 연상시키는 바지, 그는 마을을 구해줄 영웅도 아니고 황금을 얻기 위해서는 비열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총잡이일 뿐이다.

폭력과 무법이 난무하는 미국 남부와 멕시코의 국경지대. 장고라는 낯선 총잡이가 커다란 관을 끌고 마을에 등장한다. 그는 마침 악한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던 여인 마리아를 구해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은 닥치는 대로 멕시코인을 살해하는 잭슨 소령 일당과 우고가 이끄는 멕시코 반군의 오랜 싸움으로 이미 초토화되어 있다. 그나마 양쪽에 목숨 값을 상납하고 있는 나다니엘의 선술집만이 중립지역으로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장고와 잭슨 소령은 한판 결투를 예고한다. 결국 장고는 사랑하는 아내의 복수를 위해 잭슨 일당을 일망타진하지만 잭슨은 살려준다. 

그리고 황금을 얻기 위해 우고 일당과 손을 잡지만 이마저 배신한 채 마리아와 달아난다. 하지만 황금은 늪에 빠져버리고 장고도 우고 일당에게 붙잡혀 손가락을 쓸 수 없게 된다. 더 이상 총잡이 노릇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잭슨은 장고와 묘지에서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세르지오 레오네와 함께 ‘이탈리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양대 산맥으로 분류되는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장고'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작을 알리는 컬트 클래식으로 불린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특징은 이탈리아인이 만든 미국 서부극이라는 점이다. 미국인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미국 근대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현실적인 감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서부극이지만 미국에서 촬영되지 않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주로 촬영되고 언어 역시 이탈리아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에 비해 비주류에 해당하는 본 작품들은 격조가 떨어지고 잔인하고 치졸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조차 삼류 서부극으로 치부됐다.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이 무자비하게 쏴 죽이는 스파게티 웨스턴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등장하는 격조 있는 정통 서부극에 비해 저급하다는 인식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평론가들은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들이 정의와 양심, 도덕과 같은 덕목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건국이념을 드높이는 선전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비현실적인데 반해 스파게티 웨스턴은 온갖 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던 19세기 서부상을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정통 서부극의 서자 취급을 받던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런 평가에 힘입어 시대가 거듭될수록 재평가 받을 수 있었다.

'장고'는 개봉 당시 역대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평과 함께 영화가 제작된 이탈리아에서조차 18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관객의 시각에선 잔인하다기보다는 현실감 떨어지는 장면들로 몰입이 방해될 정도다. 

원래 장고 역은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과 함께 작품 구상을 한 할리우드 배우 마크 데이먼이 출연할 예정이었는데, 데이먼이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자 무명의 배우 프랑코 네로가 주연을 맞게 됐다. 

당시 23세의 주유소 주유원 출신의 배우 프랑코 네로는 장고와 동일시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장고'는 100여 편의 아류작이 나왔는데, 공식 후속편은 21년 만에 세상에 나온 '장고2-돌아온 장고'가 유일하다. 

프랑코 네로가 주연을 맡았고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이 자문으로 참여했다. 최근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장고의 캐릭터와 음악을 차용하여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연출했다. 제이미 폭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고 오리지널 장고 프랑코 네로가 단역으로 등장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정통에서 벗어난 수정주의 웨스턴 무비를 논할 때 세르지오 레오네와 샘 페킨파와 같은 거물급 거장으로 추앙받는 세르지오 코르부치는 192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1951년 '당신이 내 딸을 살렸다(Salvate mia figlia)'로 이탈리아 영화계에 데뷔한 이후 '타이탄의 결투(1961)', '스파르타쿠스의 아들(1962)' 등의 저예산 영화를 양산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1966년 스파게티 웨스턴의 컬트라 불리는 '장고'로 큰 성공을 거두며 잔인하고 사악한 반영웅적 캐릭터를 등장시켜 어둡고 폭력적인 코르부치식 스파게티 웨스턴을 정립했다. 

프랑스의 장루이 트린티냥과 독일의 클라우스 킨스키가 주연을 맡은 1968년작 '위대한 침묵 Il Grande Silenzio'은 가학적 폭력의 수위가 절정에 달하며 국제적 명성을 더욱 높였다. 

1970년대에 코미디 영화로 선회한 코르부치 감독은 80년대에 이르는 동안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공로를 인정받아 ‘또 하나의 세르지오’로 불리는 그는 1990년 로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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