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한동안 뜸했던 국내 은행들의 해외 달러표시 채권 발행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외화채권 발행은 2월 KDB산업은행의 15억 달러 글로벌본드 발행 이후 중단된 상태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들어 국책은행과 더불어 시중은행까지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금융권은 연이은 외화채권 발행이 한국물 해외채권시장 발행 여건 개선 및 가산금리 축소 등 국내 채권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28일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들을 상대로 10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달러 표시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5년 만기 고정 금리채(1.254%)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 지원(외화자금) 등의 용도로 발행됐다.

산은은 발행 금액 대비 약 5배의 투자 주문을 유치했다. 발행 금리는 최초 제시안보다 0.35%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달 초 3년물을 달러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에 1.45%를 더한 수준에서 발행했는데 이번 5년물 발행 시 두 자릿수 가산금리(리보+0.85% 수준)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7일 5억달러 규모 글로벌채권을 발행했다.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국내 금융회사의 첫 달러화 채권 발행이다.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발행을 통해 해외채권 발행환경이 개선되면서 국내기관의 해외 공모채권시장 재진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후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내 은행권의 외화채권 발행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9일 미화 4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포모사채권(대만에서 외국기관이 대만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은행 최초의 포모사채권 발행으로 금리는 USD 3개월 리보에 1.70%를 가산한 수준이다.

같은 달 23일 국민은행은 코로나19 대응 지속가능채권 형태의 5억 달러 규모, 5년만기 선순위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에 1.5%를 가산한 수준인(3개월 리보기준 1.42% 가산한 수준) 연 1.872%로 결정됐으며,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다.

수출입은행도 같은 달  20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상대로 달러(7억 달러)와 유로화(7억 유로) 채권을 동시 발행했다.

달러 채권의 만기는 3년이며 금리는 달러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 3개월물에 1.2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만기 5년의 유로 채권의 금리는 유로화 미드 스와프 금리(-0.221%)에 1.05%를 더한 0.829%로 결정됐다.

수출입은행은 이어 이달 21일 호주에서 7억 호주달러(미화 4억6000만달러 상당) 규모의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만기 3년의 변동금리채 5억 호주달러와 고정금리채 2억 호주달러 구조로 발행했다.

채권 발행에는 57개 투자자가 총 17억 호주달러 주문을 냈으며, 달러화 채권 대비 0.1% 이상 경쟁력 있는 금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연이은 외화채권 발행 성공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속되는 금융시장 불안에도 한국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견고함을 증명한 것"이라며 "특히 최근 산은의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본격적인 조달금리 인하 계기가 마련되면서 국내 기업의 자금난이 다소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