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쓰저널] 이번 주말이 쿠팡 부천물류센터 발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이 대유행으로 이어지느냐를 결정짓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29일 오후 6시부터 서울 등 수도권 소재 학원, 유흥주점 등 집단감염 고위험 시설에 대한 운영 자제권고 행정명령을 적용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수도권 소재 공공시설의 운영은 전면 중단된다.

수도권 내 공공 행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취소 또는 연기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9일 오후 브리핑에서 "물류센터를 통한 집단감염으로 지역사회의 확산 우려가 매우 커졌고, 수도권 지역은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번 주말이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는 데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29일 오후 2시 기준 102명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라는 점에서 물품 택배 과정에도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배송 인력이나 주문 물품을 통한 코로나19 연쇄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택배 물품을 통한 감염 전파 위험에 대해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제한돼있고 그런 의미로 감염의 가능성이 낮다"며 "환경 검체에서 양성이 나온 것이 살아있는 바이러스인지에 대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정을 방문하며 택배를 전달하는 소위 '쿠팡맨'을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 서도 "쿠팡맨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이나, 이로 인해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면서 "조금 더 모니터링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부천물류센터 내 근무자와 방문자 등 4351명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자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 대상자 중에는 상품을 특정 집결지로 운송하는 '간선기사' 603명도 포함돼있다.

간선기사의 경우 물류센터를 방문하는 과정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맨의 경우 물류센터가 아닌 지역별 배송센터를 통해 물건을 받아 배송하고 있어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직접 노출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방역당국이 쿠팡 부천 물류센터 내 67건의 환경 검체를 통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 2건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2층 작업장에 있는 안전모와 노트북, 키보드, 마우스 등 주로 작업자들이 사용하는 사무용품들에서 확인됐다.

다만, 근무자 '신발'의 경우 전날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정 본부장은 "어제 브리핑 때 신발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잘못된 전달이어서 정정 말씀 드린다"고 했다.

그는 물류센터 내 사무용품을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 "감염자의 비말이 이런 환경에 묻어있다가 손 접촉을 통해서 감염이 전파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유전자 검사의 CT값이라고 해서 바이러스의 농도를 보는 수치가 있는데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PCR이 양성이라고 해서 그게 다 살아있는 바이러스, 전염력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도권에서는 물류센터 이외에도 다수의 취약지점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21~27일 일주일 간 발생한 지역사회 감염자 181명 가운데 수도권 환자가 160명(88.4%)에 달한다.

주요 집단발병 사례를 보면 ▲클럽 및 주점(이태원 클럽, 서울 별밤포차, 안양시 자쿠와 등)▲노래연습장(서울 가왕코인노래방·별별코인노래연습장, 인천 탑코인노래방 등)▲종교행사(원어성경연구회-서울 양천구 은혜감리교회, 서울 도봉구 은혜교회, 서울 노원구 라파치유기도원,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우리교회, 경기도 의정부시 주사랑교회 등) ▲식당(서울 일루오리, 부천 라온파티하우스 등) ▲사업장(부천 쿠팡물류센터, 서울 KB생명보험 TM 보험대리점 등) ▲학원(인천 세움학원, 서울 연세나로학원 등) 등이다.

방역당국은 바이러스가 '조용한 전파'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 잠복해 있을 위험성이 존재하는데다 수도권의 인구 밀집도나 이동량을 고려할 때 지금의 확산세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본부장은 "최근 신규 환자 발생 중 수도권에서 88.4%가 발생하고 있다. 5월 연휴 이후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해 굉장히 다양한 장소에서 확진자들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태원 클럽과 물류센터의 유증상자에 대한 검사를 많이 안내하면서 산발적인 사례를 찾아내 역학조사를 해보면 주로 가족들 간 소규모 유행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5월 연휴 이후 환자가 발생한 장소들을 보면 유흥시설, 주점, 노래방, PC방, 돌잔치 뷔페, 종교 소모임, 학원 등 국민이 누구나 자주 방문하는 장소"라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중이용시설 어디에나 감염의 가능성이 있다. 이곳에 확진자가 1명이라도 있다면 똑같은 감염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2주 간 당국과 국민의 대응이 중요하다. 지금의 수도권 감염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유행이 확산된다면 지금보다도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명의 확진자나 접촉자를 놓치거나 시간이 지체될수록 추가 전파로 더 확산돼 피해가 커질 수가 있으므로 역학조사와 진단검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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