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숙원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을 본격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들 사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경징계에 그쳤기 때문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과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하고 검찰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해당 행위에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017년부터 조사를 받아온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중징계를 피하며 자기자본을 토대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업) 인가 재추진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의 지분 48.64%, 배우자 및 자녀 34.81%, 기타 친족 8.43%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를 차지한다.

사건 발생 당시 블루마운틴CC, 포시즌스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정위 조사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대우 등 미래에셋그룹 11개 계열사들은 그룹차원에서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 및 포시즌스호텔에서 임직원 법인카드 사용, 행사·연수 및 광고 실시, 명절선물 구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당 규모의 거래를 해왔다.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를 임차 운영한 2015년 1월 1일부터 2017년 7월 31일까지 계열사들이 블루마운틴CC와 거래한 규모는 총 297억원이다.

포시즌스호텔이 개장한 2015년 10월 1월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는 133억원에 달하는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자를 합한 거래금액 430억원은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의 해당기간 전체 매출액(1819억원) 중 23.7%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그룹은 고객 접대 등 일반 거래 시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 외에는 사용을 금지했다.

골프장 선불방식으로 구매하는 골프장 숙박권, 식음권, 스파이용권 등 바우처를 발행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를 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계열사 행사·연수, 골프장 광고, 명절선물 등도 모두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그룹 차원에서 지시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이 같은 거래를 하면서 사실상 박현주 회사의 개인회사와 다름없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봤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블루마운틴CC나 포시즌스호텔 접대비 사용분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예산을 추가하는 등 박 회장 일가의 이익을 위해 손실까지 감수했다.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컨설팅 밀어주기로 블루마운틴CC는 2016년 72%에 달하는 계열사 매출을 바탕으로 개장 3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뤘다.

포시즌스호텔의 경우에도 관광산업의 여건이 좋지 않던 상황에서 2015년 개장 이후 3년 만에 적자폭이 현저히 감소해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를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결정했다.

다만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기존에도 지속했던 거래의 거래처만 변경했다는 점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위한 신규거래 창출 행위는 없다고 봤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특수관계인으로서 법 위반이 중대해야 고발할 수 있다. 박현주 회장이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 사업 초기에 영업 방향이나 수익 상황, 장점 등을 언급한 바는 있지만 직접 사용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런 언급도 사업 초기에만 행해졌다"고 말했다.

박현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피한 미래에셋그룹은 곧장 발행어음 등 신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날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공정위에서 결론이 나왔으므로 미래에셋대우는 심사 재개와 관련해 필요한 작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본시장 성장과 경제 재도약에 핵심 요소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더욱 앞장 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7월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절차가 멈췄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기관의 대주주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되거나 금융위원회, 공정위, 국세청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면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인가 심사를 보류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결과 박현주 회장이 검찰에 고발될 경우 검찰의 기소까지 발행어음 심사는 또 다시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라는 걸림돌이 해소됐으니 발행어음 인가를 미룰 이유가 없다”며 “신속히 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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