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 '200억대 횡령배임' 항소심 공판...'아트펀드' 미술품 가치 두고 공방

문기수 기자 승인 2020.05.13 18:42 | 최종 수정 2020.05.13 18:44 의견 0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뉴시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배임‘ 재판에서 효성그룹이 투자한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들의 가치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조 회장측은 30년동안 매입과 감정 업무를 담당해온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의 가치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준모 전 실장이 진품을 보지않고 사진을 통해서만 미술품의 가격을 매겼다며 가치평가의 과정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 (부장판사 오석준 판사)는 13일 조현준 회장, 류필구 효성노틸러스 대표 등 5명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항소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을 감정했던 정준모 전 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정 전 실장은 조 회장 측의 요청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정 전 실장은 30년간 미술계에서 활동하며 광주비엔날레 전시 총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등을 역임하며 미술 작품 전시 및 감정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는 2008년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의 가격을 매기는 감정업무를 맡게 됐다고 증언했다.

조 회장측은 정 전 실장에게 아트펀드에 편입된 세실리 브라운, 발데자르, 게오르그 바젤등의 작품을 보여주며 “아트펀드에 편입될 당시 감정가는 타당한가”라는 질문했다.

정 전 학예실장은 “대체로 문제없다”며 세실리 브라운, 발데자르, 게오르그 바젤 등의 작품이 당시에 미술시장에서 미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들 역시 당시엔 가치가 오를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의 주장 중 ’조 회장이 자신의 미술품을 비싸게 구입하게 했다‘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증언했다.

정 전 실장은 “조현준 회장은 TV로만 봤을 뿐”이며 “효성측이 자신에게 미술품의 가치를 실제보다 비싸게 책정해달라는 등의 요청을 한적이 없다”라고 했다.

검찰 측이 조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을 아트펀드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해당 미술품의 가치가 실제보다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중 하나인 최정은 전 아트펀드 자문위원의 가격책정에 대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다. 실물을 보지 못했거나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검찰은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의 가치를 실제로 진품을 보지 않고, 사진을 통해서만 판단한 것을 두고 미술품의 가치평가 과정이 지나치게 허술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게 “2008년부터 아트펀드가 끝날때까지 미술품 가치평가를 할 때 어떤 식으로 감정했나”라고 질문했다.

정 전 실장은 “이메일에 첨부된 사진을 보고, 가치를 판단했다”며 “가끔은 사진이 너무 작게 오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장 전 실장의 증언을 통해 아트펀드에 편입된 작품 중 가치를 매길수 없는 사진작품도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 전 실장은 “가치 평가한 미술품 가운데 중국 작가 왕침성의 사진작품이 있는데 가치평가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에디션 넘버‘가 누락되어 있었다. 그런데, 담당 한투 직원이 에디션넘버를 확인해 주지 않아 가치 평가를 할수 없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작가의 사진 작품의 경우 1장만 인화할 경우 가장 가치가 높으며, 보통 5장에서 많게는 11장까지 인화한다”며 “여러장을 인화했을 경우 몇 번째로 인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에디션 넘버가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이 투자하고 한국투자증권이 운용한 아트펀드에 자신이 보유한 미술품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판매해 회사에 13억원대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개인미술품을 고가에 아트펀드에 편입시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외에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고, 주식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은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조현준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구속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류필구 전 효성노틸러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조 회장 비서 한모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이 기소된 효성 전현직 임원 2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술시장이 세계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는 미술품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판매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며 "조 회장은 아트펀드를 출범하는 과정에서 업무약정서에 있는 '특수관계인의 거래금지' 내용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 측은 8일 진행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아트펀드에 편입된 조회장의 가치 평가는 정당하다”며 “검찰 측이 조 회장 소유의 미술품 가치가 실제가치가 낮다는 주장의 근거인 최정은 한투 전문위원의 미술품 가치 평가가 오히려 잘못된 것”이라며 아트펀드 관련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당초 함께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던 강인식 증인과 효성인포메이션 에 부하직원을 통해 회사급여를 허위로 가져간 횡령혐의와 관련된 증인 2명 등 총 3명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6월 1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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