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유력인사 투약 목격...재벌 실명은 무서워 말 못하겠다" 증언

재벌, 연예인 등 재력가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원장 등이 구속기소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 성형외과 병원. /뉴스타파 캡처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애경그룹 3세인 채승석씨 등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 원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이 병원 직원들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재력가들의 진료기록을 대거 파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투약 대가를 현금으로 주고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 성형외과에서는 또 다른재벌 3세와 유명 배우 등도 포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수사에서 관련 증거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2일 성형외과 원장 김모씨와 간호조무사 신모씨의 마약류관리법(향정) 위반 등 사건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성형외과 경리였던 ㄱ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ㄱ씨는 증인심문에서 “병원장 김씨가 프로포폴에 중독돼 성형외과의 환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병원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채승석과 같은 재력가들이 지속적으로 고액 현금을 내고 프로포폴을 투약하러 왔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원장 김씨가 회사의 매출을 5억원 미만으로 맞추라고 지시했으며, 매출이 부족할 땐 수 천만원을 현금으로 줬다고도 했다.

또 김씨가 본인과 재력가들의 투약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차명 기록부를 만들거나, 진료 기록없이 투약을 시행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측 변호인이 현금을 지급한 재벌 2세가 누구냐고 질문하자 ㄱ씨는 “실명은 말하기가 무섭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원장 김씨가 재벌 2세들을 상대로 현금을 받았다는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직접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채씨의 진료기록부를 증거로 제시하며 이 성형외과에서는 ‘쌍괄호’ 표시를 식별 기호로 사용해 실제 시술 상황과 다른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등 직원이 시술 내용과 프로포폴 양을 적고 총괄 실장이 병원장의 서명을 흉내내어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병원에서 피부관리사로 근무했던 ㄴ씨도 증언석에 올랐다.

ㄴ씨는 “채승석씨가 병원을 방문해 시술과 함께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지 검사가 말하는 ‘생투약’(시술과 무관한 프로포폴 투약)은 아니지 않느냐”는 원장 김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생투약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ㄴ씨는 병원장이 채씨의 잦은 방문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화 받지 않거나 실장에게 채씨의 예약을 잡지 말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ㄴ씨는 프로포폴 투약만을 목적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가 몇 명쯤 되느냐는 김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3, 4명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ㄴ씨는 또 실장 신 씨의 지시로 직원들이 모여 다같이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대량 파기한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지만, 어떤 인물의 진료기록부인지는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원장 김씨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빙자해 본인과 고객들에게 148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이 기소된 간호조무사 신 모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 작성한 혐의도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채씨 외에 프로포폴 투약자로 '박진원', '김기석' 등의 실명이 거론됐지만 검찰은 이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직함이나 직업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거명된 이들이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재력가들이라는 점에서 박진원씨는 두산그룹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두산메카텍 부회장일 것으로 추정됐다.

관심사인 재벌 3세의 경우 그가 이 성형외과를 통해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맞았다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고, 대검찰청은 1월13일 이를 이첩받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수사하도록 배당한 상태다. 

재판부는 14일 채 전 대표와 병원 전 직원 등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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