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한진가(家)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결전무대인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전은 없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이 추천한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건은 전부 가결됐다. 반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그룹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사외이사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이날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한 조원태 회장은 임기 2년간 한진그룹 총수자리를 지키게 됐다.

한진칼은 27일 오전 9시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주총을 열고 조원태(찬성 56.67%)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하은용(찬성 56.95%) 후보자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김석동(찬성 56.39%), 박영석(찬성 56.84%), 임춘수(찬성 56.26%), 최윤희(찬성 56.85%), 이동명(찬성 55.59%)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반면 3자 연합이 제안한 김신배(반대 51.97%), 배경태(반대 56.52%) 후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서윤석(반대 52.42%), 여은정(반대 56.43%), 이형석(반대 56.44%), 구본주(56.53%)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5727만6944주 중 4864만5640주(84.93%)가 행사됐다. 참석 주주는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3619명이 출석했다.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은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듯 보인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오전 열린 한진칼 제7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총은 시작부터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당초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던 주총은 주주 위임장 확인 등 이유로 미뤄지기 시작해 3시간이나 지연된 정오에 개회했다.

장시간 지연되는 주총으로 인해 주총장을 떠나는 주주들 속속 나왔다.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별도의 표결없이 박수통과 됐다. 조원태 회장측과 3자 연합의 신경전은 제2호 의안인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표결에 들어가자 시작됐다.

KCGI 측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그동안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은 모두 특수관계로 엮여있었다. 저희가 추천한 후보는 합리적이고 혁신을 갖고있는 이사후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반도건설그룹 대리인이 “장시간 주총 개회 지연으로 인해 자리를 떠난 주주들이 많다”며 “참석 주주를 다시 개수해야 한다. 자리를 떠난 주주들의 표를 기권 처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변호사를 통해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고 “한진칼은 글로벌 항공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 3분의 이사를 포함해 추가로 5분을 선임하고자 한다”며 각 후보들의 적합성을 설명해 나갔다.

투표방법에 대해서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웠다.

‘이미 시간이 지체된 상황에서 9명에 달하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일괄적으로 투표하자’는 주주의견이 나오자 주총 의장을 맡은 석대수 한진칼 대표는 이를 수용하고자 했다.

3자 연합측은 곧장 반대의견을 내놓으며 “한 회사의 운명이 걸린 주총을 하고 있다. 한건 한건이 중요하다. 각각의 안건에 대해 개별 투표를 해야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KCGI 대리인이 한진칼측 추천 후보와 3자 연합측 추천 후보를 분리해 일괄 투표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양측이 이를 수용해 우여곡절 끝에 사외이사 선임안건 투표가 시작됐다.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안건 투표 중에도 양측은 고성을 내며 계속해서 대립했다.

KCGI, 반도건설그룹측은 대한항공 리베이트 사건, ‘근로기준법 위반’ 검찰조사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부적격 사유를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주장했다.

한진칼측으로 추측되는 주주들은 그때마다 조 회장을 비호하는 발언으로 반박했다.

일부 주주들은 상대측의 발언 도중 욕설을 내뱉기도 하면서 주총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KCGI측이 발언 도중 “한진칼이 오늘 사람을 많이 썼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같은 시간 열린 자회사 대한항공의 주총은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을 퇴진시킨 ‘3분의 2룰’ 전관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 결의에서 보통 결의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안을 통과시켰다.

대표이사가 맡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도 함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앞서 대한항공의 지분 11.0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전날 이사 선임 방식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반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주총에서는 이사회의 원안대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

대다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그동안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정관은 작년 3월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 64.09%, 반대 35.91로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정관변경 안건 제안은 2021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지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의 사내이사 연임도 가결됐다.

또 정갑영, 조명현, 박현주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현주 후보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이사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50억원으로 동결하는 원안대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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