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현행 도서정가제, 지식과 책 생태계의 명박산성을 쌓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도서정가제 폐지 100만인 서명운동 시작

 

 

지난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지식과 책 생태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한 지난해 9월 17일 국회에서 개최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였다. 10월 23일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웹툰과 웹소설 업계에 한통의 공문을 보내 웹툰과 웹소설에 ISBN을 부여받아 간행물로 지정되고 간행물에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른 도서정가제가 적용됨을 일방적으로 고지하였다.

지난 10월 12일 경에 제기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2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국민 절대 다수인 77.5%가 정부의 조사에서 도서정가제를 폐지하거나 완전히 개선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 대표 배재광)은 지난해10월 30일 코엑스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일각의 주장을 위헌적인 발상과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여 도서출판 생태계와 창작 생태계를 황폐화할 수 있는 위험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완반모의 활동은 올해 작가와 유통플랫폼의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대형서점에 비하여 열세인 지역서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속된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지역서점의 계약자유를 제한하는 성격이라는 점도 처음으로 밝혔다. 지역서점들이 경쟁력을 잃게 된데는 사업모델 자체가 가지는 한계에 기인한 면도 있지만 출판사들의 공급율 차등이 본질적인 문제임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완반모의 주장은 그동안 대형출판사들과 알라딘, 교보, 영풍, 예스24 등 대형서점간의 공급율 경쟁에서 완전히 차별받아 왔던 지역서점, 소형서점들의 공급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서정가제만 주장하는 모든 출판인들의 허구성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2008년 촛불을 막아 섰던 명박산성은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무참히 짓밟은 상징이다. 마치 작가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재판매가격 유지제도인 도서정가제가 작가의 이익과 무관하게 대형출판사와 대형 온, 오프라인 서점의 이익을 위한 제도가 되었듯이. 촛불 시민들 앞에 높이 쌓인 명박산성은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며, 도서정가제는 한국 출판생태계와 지식생태계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신학기 대학 전공책 구매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특정 출판사와 구내서점간의 카르텔이 위험에 직면했다. 개학을 했으나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어 구내서점에서 전공책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의 생태계를 변화시켰듯이.

그동안 대학생들은 도서정가제 최대 피해자였다. 전공책은 수업을 듣는데 필요하고 지식의 습득에는 문자를 매개로 한 책이 필수적이다. 문자로 기록된 지식들과 문자로 기록되어야 할 지식들의 승계는 지난 200년간 주로 (종이)책으로 이루어 졌다. 종이와 문자는 지식습득과 지식 공유의 주요한 매개체다. 지식은 개별화된 형태로 거래가 되면 하나하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다. 변호사의 자문이나 컨설턴트의 경영자문이 그렇다. 책으로 그 매개체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대중들에게 널리 읽히면서 거래는 종이에 인쇄된 문자로 낮은 가격에 널리 거래된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업과 지식의 성격, 본인의 선호도, 환경에 의하여 결정된다.

대학생들은 향후 기존 세대를 잇기 위하여 기존 지식체계에 대해 합리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방안을 부여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교수들 강의를 통하여 직접 지식을 습득하고,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지식을 습득한다.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식은 사실 책이나 신문, 방송 등 문자매체나 음성매체를 통해서 습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문적인 지식 조차도 전공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습득하거나 강의 교재로서 보조적인 지식습득 수단이 된다.

전공책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도서정가제를 내세우더라도 어떻게 다음 세대들의 지식습득을 보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결과가 문고판이고 페이퍼북이다. 내용은 같되 종이 질을 달리하고 편집을 달리하여 본책의 20~50%의 싼값에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러나 도서정가제가 있는 우리나라는 과거 그 흔하던 문고판도 없어 지고 페이퍼북도 없다. 도서정가제에 의하여 책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감소할 것이므로 출판사들이 꼭 필요한 사람(가격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가격으로 파는 정책을 선택한 결과다. 

‘앱만 깔아도 모든 책 20% 할인’하는 인스타페의 변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시대는 청년과 대학생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실종된 시대다. 대학생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서 도서정가제에 의해 책정된 정가 100%로 전공책을 사야하고 교내에서 비싼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한다. 인스타페이는 2020 신학기에도 지식을 습득하는 대학생을 위해 ‘앱만 깔면 전공책도 20% 할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 등 거래 중단을 위협하는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당한 거래 중단은 공정거래법 위반임을 경고하면서.

인스타페이는 신학기 대학생 전공책 20%할인 정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하여 도서정가제를 폐지하거나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재판매가격유지제도로 완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2019년 국민청원 20만명 서명을 주도했던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완반모)을 후원하고 ‘도서정가제 폐지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다.

가끔 한국방송통신대학 출판문화원이나 일부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일부가 벌이는 인스타페이 영업 방해행위는 공정거래법 뿐만 아니라 헌법에 반하는 행위임을 엄중히 지적하고자 한다. 대학생들에 대한 전공책 할인을 방해하지 말라. 인스타페이가 가는 길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2020년 대학생을 보게 하라.

(글쓴이: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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