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1진 '왕건함'. /사진=해군작전사 제공

[포쓰저널] 정부가 21일 호르무즈 해협에 4400t급 구축함 청해부대를 독자적으로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독자 파병 결정을 전후해 미국, 이란과 외교채널을 통한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이란과 사전에 협의했고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며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수준의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란도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란이) 우리 결정을 이해한다는 정도로 밝혔다고 외교부를 통해서 들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의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체) 통제가 아닌 우리 군 지휘 아래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는 독자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방부는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미국-이란 분쟁 등 중동지역 긴장고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우리 국민과 선박 안전, 안정적 원유 수급 등과 관련해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현 상황을 '유사시 상황'으로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단독 파병 결정으로 우리 국민, 선박의 안전을 지키고 원유 수급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미국 주도의 IMSC 참여를 하지 않아 이란과의 관계에서도 파국적 상황을 피했다.

미국이 요구해온 IMSC에 참여하지믐 않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 파병을 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성의 표시도 할 수 있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해부대 작전지역은 기존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에 이르는 3900여㎞ 해역으로 크게 확대됐다.

파견 기한은 '한시적'이라고 발표됐지만 정부는 구체적 기일을 정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청해부대가 필요한 경우 IMSC와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보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바레인에 있는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선박 호송을 위해 단독으로 작전을 한다. 독자적으로 보호할 능력이 없을 때 협력을 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청해부대 능력에 제한사항이 있다. 청해부대의 능력 범주 내에서 (작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독자 파병 결정이 가능한 것에는 최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의 해적 감소도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이 감소하고 이란 지역 정세가 불안해짐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기존 기항이었던 오만 살랄라항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오만 무스카트항으로 기항지를 옮겼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무스카트로 청해부대를 이동한 것은 우리의 사전조치였다"며 "국민 안전조치, 선박보호를 위해 사전에 대비를 해왔던 상황이다. 이를 감안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은 현재 2만5000명 교민이 거주하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는 우리 선박 170여 척이 통항하고 있으며 통항 횟수만 연간 900여 회에 달한다.

이날 파병 관련 작전수행은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급)이 맡게 된다.

왕건함은 이날 오후 5시30분경(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를 완료할 예정이다.

구축함인 왕건함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감안해 대잠 능력 등을 일부 보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건함은 하푼 대함미사일과 SM-Ⅱ 대공미사일, 함대함 순항미사일 '해성', 대잠유도무기 '홍상어', '청상어', 해상작전헬기 링스(Lynx) 등을 탑재하고 있다.

부대원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됐으며 전체 24%에 해당하는 72명이 청해부대 파병 경험이 있다.

왕건함은 지난 2010년 청해부대 5진으로 파병된 이후 10진, 13진, 18진, 21진, 27진 등 총 6차례 걸쳐 청해부대 임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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