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 ITC에 제출한 SK이노베이션의 자료삭제 지시 이메일. /사진=LG화학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진행중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특허침해’ 소송 도중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인 자료삭제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조사단계에서 확보한 자료를 LG화학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LG화학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이메일을 통해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13일 ITC는 홈페이지를 통해 LG화학이 이같은 주장과 함께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을 공개했다.

LG화학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디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하게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LG화학이 증거인멸 증거라고 제출한 자료 중 하나를 보면 LG화학이 ITC소송을 제기한 4월 29일 SK이노베이션은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사내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경쟁사 관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고 미국법인(SKBA)은 PC 검열·압류가 들어올 수 있으니 더욱 세심히 봐달라. 이 메일도 조치 후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LG화학은 또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함께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부서에 전파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LG화학 연구소 경력사원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요약한 정보에 따른 것’이라며 LG화학의 전극 개발 및 생산관련 영업비밀 자료가 첨부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출신 경력직들을 통해 핵심 공정 및 스펙에 관한 상세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관련 부서에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Coater)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하는 자료와 ▲57개 LG화학 소유의 레시피 및 명세서 등을 사내 공유했다는 내용이 발견됐다.

LG화학 측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앞서 ITC는 지난 9월 23일 LG화학이 낸 포렌식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SK이노베이션에 포렌식을 명령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포렌식 진행시 LG화학 측 전문가도 한명 참석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ITC의 명령을 어겼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재판 과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LG화학이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이 받아들여지면 ‘예비결정’ 과정이 생략되고 곧바로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진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저희는 여론전에 의지해서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가고자 하는 경쟁사와는 달리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소송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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