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홍콩의 중문대학 MTR 역 내에서 한 시위 학생이 쇠몽둥이로 열차를 부수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홍콩 민주화 시위가 12일(현지시간) 경찰의 총격을 기폭제 삼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사이완호, 센트럴, 타이포, 몽콕, 카오룽퉁, 사틴 등 여러 곳에서 이날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12일 출근길 대중교통 방해 시위 '여명(黎明) 행동'을 전개했다. 주요 도로에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

지하철 선로에는 벽돌 등을 던지거나 다리를 걸치고 서서 전차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했다.

버스 유리를 깨거나 페인트칠을 하고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등 과격한 행동도 나타났다.

시위로 인해 몽콕, 사이완호, 퉁충, 카이펑역 등 20개가 넘는 지하철역은 폐쇄됐고 동부 구간 일부 노선 등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대학생들은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홍콩 중문대학, 이공대학, 시립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교내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중문대에서만 1000발이 넘는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학생들과 대치했다.

점심시간에는 홍콩 금융가 종사자들 '넥타이부대'가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시위에 동조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이중 송환법은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이 9월 4일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홍콩 금융가 근로자들이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동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글로벌타임스, 환구시보,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앞다퉈 "홍콩에 인민군을 투입해 경찰을 지원해야 한다"며 강경한 진압을 주장했다. 7월 말 이후 4개월만이다.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며 다시 한번 강력한 대응을 언급했다.

캐리 람은 구의원 선거는 예정대로 24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달 초 캐리 람 장관과 회동 후 재신임으로 힘을 실어줬다.

홍콩 사태가 출구를 찾기 힘들어 보이는 가운데 미 상원은 '홍콩 인권 법안'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짐 리쉬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현지시간 12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홍콩인권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인권 법안'은 미 국무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과 특수성을 평가·재검토하고 홍콩의 기본적 자유권을 억압한 사람에게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00명의 상원 의원 가운데 공화당·민주당 의원 37명이 발의인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이지만 중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유럽연합(EU)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폭력, 무력 진압, 시위의 근본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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