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LH공사 사장(위 사진)과 그가 '실거래가' 5억9000만원이라고 재산신고한 서울 서초구 방배도 현대오페라하우스 1단지.
변창흠 LH공사 사장(위 사진)이 '실거래가' 5억9천만원이라고 재산신고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 1차.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 변창흠 사장은 지난달 26일 공직자재산신고에서 본인 소유 주택인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129.73㎡(전용면적)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5억9천만원으로 신고했다.

지난 3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자신 소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146.61㎡아파트의 '현재가액'이 5억3천만원이라고 신고했다.

비슷한 규모의 강남 요지에 위치한 변 사장 아파트와 일산 외곽의 김 장관 아파트가 같은 5억원대로 신고된 셈이다.

?지난달 26일 정부전자관보에 게시된 LH 변창흠 사장의 재산신고 내역.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본인소유?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을 5억90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출처=전자관보.
 지난달 26일 정부전자관보에 게시된 LH 변창흠 사장의 재산신고 내역.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본인소유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을 5억9천만원이라고 신고했다./출처=전자관보.

변 사장은 지난 4월 LH 4대 수장으로 취임했다. 변 사장의 재산 내역을 본 LH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 사장님이 이렇게 청렴하신 분인 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자기 집이라고는 1채 밖에 없는데 '실거래가'가 5억원 정도이니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반면 김 장관은 3월 재산변동 신고 이후 '재산이 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장관 취임 전에는 총 재산이 7억8천만원 이었는 데 지금은 9억7천만원으로 2억원 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결과 캡처

그런데, 실상은 이와 정 반대다.

변창흠 사장 아파트의 '진짜' 실거래가는 10억원 안팍이다. 변 사장 집은 현대오페라하우스 1차인데, 바로 옆 2차 116.48㎡가 13억원에 나와 있다. 공인중개사는 "1년 반 전 1차 전용면적 25평 아파트를 8억5천만원에 판매했다. 1차와 2차 가격이 함께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변 사장 아파트는) 13억원도 충분히 매매 가능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변 사장이 '실거래가'라고 신고한 해당 아파트 가격은 실제로는 국토부 '공시가격'이다.

'저렴한' 공시가 덕분에 변 사장은 강남 요지에 최소한 10억원대 주택을 보유했지만 직원으로부터 '청렴하다'는 칭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부동산 캡처
변창흠 LH사장 아파트와 인접한 현대오페라하우스 2차 비슷한 규모 아파트가 13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네이버 부동산

반면 김현미 장관 아파트의 경우 신고된 금액에 '실거래'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김 장관과 같은 하이파크시티일산아이파크 1단지 102동의 동일 규모 아파트 매물이 4억9천만~5천만원에 시장에 나와있다.

김 장관이 아파트를 매수할 당시보다 공시가도 하락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상 김 장관이 해당 아파트를 매입한 2014년 공시가는 3억6200만원인데, 올해 1월1일 기준으로는 3억3800만원이다.

김 장관은 이 아파트를 2014년 2월 5억1915만원에 매입했다. 3월에 재산신고한 가격도 이 매입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약 김 장관도 3월 재산 신고 때 변 사장처럼 공시가로 아파트 값을 신고했다면 재산이 불어났다는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될 상황인 셈이다.

김현미 장관 아파트의 국토교통부 공시가 변동 내역./국토교통부 공동주택공시가격 시스템
김현미 장관 소유 일산 아파트의 국토교통부 공시가격 변동 내역./국토부 공시가격 알리미

◇ “13년간 거래없어 실거래가 알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4조의 2에 따르면 재산등록 의무자는 '재산등록기준일의 평가액(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금액'으로 주택 신고 가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변 사장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5억9천만원이다. 지난 2006년 6월 매수 당시 취득가는 5억2300만원이다.

변 사장이 아파트를 매수할 당시 13년전 공시가격은 3억8200만원이었다. 공시가 기준으로도 변 사장 아파트 가치는 그동안 37% 상승한 셈이다.

변 사장의 매수가 5억2300만원에 공시가격 상승률을 반영해 현재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추정하면 7억1650만원이 된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변 사장 아파트보다 작은 현대오페라하우스2차 116.48㎡의 매매 실거래가는 8억5000만원이다.

출처=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는 변창흠 사장의 방배동 주택의 실거래가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대신 인근 비슷한 규모 주택의 실거래가는 8억5천만원으로 등록돼 있다./ 출처=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변 사장이 공시가격을 신고하면서, 이를 '실거래가격'이라고 표기한 점도 문제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상태를 정확히 국민에 공개한다는 게 제도의 취지인데 '공시가'를 '실거래가'라고 하면 정확한 정보전달이 될 수 없다.

인사혁신처는 이 경우 내부기준에 따라 수정 지시, 경고 이상의 징계 등을 처분할 수 있다고 했다.

LH공사 관계자는 “변 사장이 거주하는 평수는 지난 2006년 이후 거래 사례가 없다. 실제 거래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 가격으로 신고했을 것”이라며 “현행 규정상 재산내역 최초 신고 시 주택가액은 취득가격과 공시가격 중 높은 것으로 하는 게 원칙이고, 변 사장 사례의 경우 정확히 이 원칙대로 공개한 것이다”고 했다.

◇ 집값 떨어졌는데 더 높은 취득가로 신고해야 

김현미 장관의 경우 실제 거래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부동산 재산으로 신고했다. 매수 당시 금액보다 현제 시세가 떨어져서다.

지난 3월 공개된 2018년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김 장관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일산아이파크1단지 146.61㎡(전용면적) 아파트를 5억3천만원으로 신고했다.

2014년 2월 해당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거래가액(5억1915억원)을 기준으로 잡으면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재산을 신고하게 됐다.

주변 공인중개업소와 부동산 거래사이트 등에서 따르면 해당아파트 102동 중간층 매매가격은 4억9천만원~5억원 선이다. 김 장관이 재산신고를 할 당시 참고했던 공시가격(2018년1월1일)은 3억5400만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소유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일산아이파크1단지. 김 장관은 지난 3월 53평(전용 146.61㎡) 인 아파트 가격을 5억3000만원으로 신고했다./출처=카카오맵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소유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일산아이파크1단지. 김 장관은 지난 3월 146.61㎡ 인 아파트 가격을 5억3천만원으로 신고했다./출처=카카오맵

◇ 진짜 '실거래가'는 표준이 없어 반영 못한다? 

주택의 경우 '취득가'를 '실거래가격'으로 간주해 신고 가능하도록한 인사혁신처의 유권해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지난해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에 '공시가'로만 신고하던 것을 '공시가와 실거래가 중 높은 것'으로 주택 가격을 신고하도록 했다. 

기존 방식은 ‘부동산 등의 최초신고 시 평가액(공시가격 등)으로 등록하도록 해 재산의 실제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시가로는 공직자 재산의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평가액(공시가)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 구혜리 과장은 “국민들이 실질적인 부동산 가격을 궁금해 하셔서 개정할 때 이 부분(실제 거래 금액)을 반영하려 했는데, 공신력있는 실거래가격이 없어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다만 개정 이전에는 일부러 공시가격으로 낮춰서 신고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거래(매도)한 경우가 있으면 이 부분이 해결되도록 보완했다”고 말했다.

취득가를 신고토록하면서 '실거래가'라고 표기해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실거래가격은 실제 매입액 또는 매도액을 지칭하는 것으로 취득가격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내용의 실거래가격 신고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은 “실거래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반영치 못한다는 것은 법의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부동산을 취득한지 오래된 경우도 있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취득가격을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직자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 전문가를 자처하는 LH사장이 13년 전 매매가를 실거래가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강남 요지인 서초동 40평대 아파트가 5억원대로 집갑이 안정돼 있다면 굳이 LH라는 공기업을 두고 서민주택 정책을 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