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염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의 이선균과 오버랩된다. 둘 다 계급 사다리의 맨 상층에 있고 직업도 글로벌 IT기업 대표로 비슷하다.

최근 한달 간 삼성맨 10명이 구속영장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모두 삼성의 핵심 인재들이자 3세 승계 의혹 건과 연관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을 파고 있는 검찰 수사는 거의 정점에 다다른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삼성전자와 바이오 계열사 임직원 상당수가  '윗선'의 지시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윗선의 끝은 이재용 부회장일 가능성이 높다.

'기생충' 말미에 송강호는 특별한 잘못이 없어보이던 이선균의 몸통을 쇠꼬챙이로 관통해 즉사시킨다.

돈에 빌붙어 살던 송강호가 '기생충'에서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은 검찰 포위망에 갇힌 삼성맨들의 입에 달렸다.

구속되거나 구속될 위기에 놓인 삼성맨들은 변호사 비용도 자기 돈으로 충당해야 한다. 삼성에서는 대줄 수 없다. 증거인멸은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계급'과 ‘냄새’가 제이와이(JY)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가질 절망감과 분노는 송강호의 그것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충성을 다한 직원들은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이들에게 어떤 연민도, 미안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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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사장단이 화성 사업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미안하다, 그들은 죄가 없다, 다 내가 안고 가겠다...상투적인 사과도 없다. 

자신이 다시 영어의 몸이 되는 날이면 투자도, 일자리도 다 꽝이 될 수 있다는 신호만 열심히 던지고 있다.

지난 주말엔 화성 사업장에 전자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을 불러 모았다.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화성 사업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송강호는 평소 이선균을 숭모한다. "부자들이 역시 쿨하고 아이들도 주름살이 없다"고 우러러 본다. 그래서 성심성의를 다해 드라이브를 하고 장을 본다.

'기생충' 인생들은 또 다른 '기생충' 들에게 자기 자리를 뺏기지 않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고 투쟁의 이유다. 

망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송강호는 결국 이선균의 이기심에 '기생충'을 포기하고 살인자 '인간'을 선택한다.

/기생충

삼성 직원들이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삼성이 온갖 풍파를 다겪었지만 이런 난국은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잘 나가던 삼성맨 일수록 "나도 언제 감옥갈지 모른다"는 자조섞인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가난, 숙주와 기생충의 공존은 논리 필연적이다.

하지만 부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떠한 부도 결국 사회 밖에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진 자가 이기적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생충'들을 막다른 지하실로 몰아넣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이 순간 해야할 일이 무엇인 지, 스스로 알아채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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