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점./자료사진.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점./자료사진.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과 관련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논란에 NH농협은행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를 미국 기업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웨이 퇴출이 확산되는 가운데, 농협은행이 추진 중인 통신망 고도화 사업에 화웨이 장비가 사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웨이 제재가 제2의 사드 보복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중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협 입장에서는 화웨이를 사용할 수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작년 11월 KT-화웨이 컨소시엄을 ‘영업점 유선통신망 고도화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5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올해 9, 10월 경 사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화웨이의 5G 무선 통신망의 안전성과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불거지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KT 측은 “화웨이의 보안 문제는 무선 망에 대한 것으로, 유선 통신망을 구축하는 농협은행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영업점 유선통신망 고도화 사업은 농협은행 뿐 아니라 단위 농·축협 네트워크 약 6000여 개를 잇는 전용회선 구축 사업이다. 총 사업 규모는 약 1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세계 각국과 기업들에게 ‘반(反) 화웨이’에 동참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협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건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가는  세컨더리보이콧(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한국의 대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반면, 농협은행이 화웨이 장비를 배척할 경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이어 한국 기업 전체가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에 의해 적대시될 수 있다.

농협이 추진 중인 중국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 농협금융은 중국의 공소그룹과 중국 내 금융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6년 농협금융은 공소그룹과 포괄적 금융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KT컨소시엄을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율 과정에 있다”며 “실무부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등으로 KT와 본 계약을 할 지 고심하고 있다. 화웨이 때문에 검토가 길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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