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지지시민모임, 포스코 사측에 '1만 서명 전달' 시도
포스코인터 가스전 개발 등 쿠데타 돈줄 역할 중단 촉구
시민단체들 "당초 서명부 받겠다더니 입구 막고 수령 거부"

4일 오전 미얀마지지시민모임,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정환용 기자

[포쓰저널=정환용 기자]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의 협력 및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1만여명 시민들의 집단 서명서를 접수하는 것조차 거부해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10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 관계 단절 촉구 1만 명 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포스코가 가스전 개발 등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과의 경제협력을 중단하고, 현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포함한 모든 자금 지급을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참여연대, 사단법인 아디, 플랫폼C,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공동행동 등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재한 미얀마 유학생들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2월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알렸다.

미얀마 유학생 마웅 씨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들이 체포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군부 폭력이 심해지고 있다. 군부는 시민들을 무차별 체포하고 심지어 총까지 쏘고 있다”며 “쿠데타 이후 어제(3일)까지 미얀마 시민 768명이 사망했다. 날로 심해지는 군부 폭력에 시민들은 집 밖에 나갈 수도 없다. 나가면 죽는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가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에 계속해서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고 한국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 관계 단절 촉구 1만 명 서명’ 집회에 참석한 재한 미얀마 유학생들이 말푯말을 들고 도움을 호소 하고 있다./사진=정환용 기자

참여연대 전은경 활동가는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유혈 진압에도 민주주의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시민불복종운동(CDM)을 계속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끊지 않는다면 인권유린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항의했다.

이어 “포스코는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란 경영이념이 무색하게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맺고 이익을 나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앞 벵골만 해역에 위치한 A-1 광구 '슈웨'와 '미야' 등 2개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중국과 미얀마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A-3 광구 시추선 인근에서 '마하' 유망구조(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를 새로 발견했다.

포스코인터는 당시 산출시험을 실시한 결과 1개공당 하루 약 3800만 세제곱피트(ft3)의 생산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모임은 채굴산업투명성운동기구(EITI) 보고서를 인용해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연간 4조 원 규모로 미얀마 정부 예산의 10%를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권수정 부위원장은 “미얀마 내 18개 노동조합이 3월 8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월부터 미얀마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미얀마 외화 수입 70%가 가스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포스코는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의 경제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지지시민단체모임은 4월 6일부터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가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명에는 총 1만485명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단체는 서명명부를 이날 포스코 측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중 나현필 사무국장은 “포스코가 돌연 서명 전달을 받지 않겠다고 전해왔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모임은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가 연결된 돈줄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한 뒤, 서명명부를 들고 포스코센터 입구까지 진행했다.

건물 입구에 있던 포스코 보안팀 관계자는 “서명을 수령한다는 지침이 없었다”며 서명을 받기를 거부했고, 단체가 건물에 입장하는 것도 막았다.

나현필 사무국장은 포스코 측에 서명을 받으라고 수 차례 외쳤다. 그러나 보안팀에 가로막혀 건물에 입장하지 못했고, 서명도 전달하지 못했다.

4일 오전 미얀마지지시민모임,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 1만여명 서명명부를 포스코 사측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사측은 출입구를 막고 접수를 거부했다./사진=정환용 기자

금속노조 관계자는 “전해들은 바로는 포스코 측 관계자가 포스코센터 1층 리셉션을 통해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회견 시간 전부터 1층과 입구에 보안요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걸 보면, 처음부터 서명을 받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서명 수령을 거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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