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임 이어 두번째
NH증권,수용 불확실...정영채 "다자배상이 타당"

옵티머스 펀드 환매연기 현황/자료=금융감독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금융감독원가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해 '민법 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에 따라 개인 등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착오 계약' 법리에 따라 전액 배상 결정이 나온 건 라임자산운용 일부 펀드에 이어 두번째다.

금감원은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NH증권이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를 적용, 판매사의 전액배상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 금감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전액 배상”

분조위는 옵티머스 사태에서 NH증권이 투자자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시점에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만기 6~9개월)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판매사인 NH증권이 자산운용사인 옵티머스가 작성한 투자제안서와 자체 제작한 상품 숙지 자료 등으로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투자자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중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개인 등 일반 투자자가 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 에의 투자 여부까지 주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이 계약의 상대방인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NH증권이 이번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약 3000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조위는 예상했다.

전문투자자들에 대한 펀드 판매분(1249억원)은 NH증권의 자율조정에 맡기기로 했다.

민법 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계약법 이론에 근거한다.

분조위는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손해액 확정 전이라도 적용 가능한 민법을 통해 분쟁조정을 추진했다.

현 시점에서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등에게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다.

환매 연기로 인한 손해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 기관들의 책임 소재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 간 책임소재 논란이 있고, 사후정산방식 손해배상에 대한 동의 여부가 불확실하고, 위법행위 여부에 대해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옵티머스 펀드 운용 개요./자료=금감원

◇ "처음부터 허위 투자제안서로 돈 끌어모아"

옵티머스 사태는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 등의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낸 것이 골자다.

NH증권은 옵티머스 펀드의 전체 환매중단 금액 5146억원 중 84%에 달하는 4327억원을 팔아 최대 판매사가 됐다.

NH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사모펀드 54개 가운데 35개 사모펀드가 환매 연기돼 개인 884좌, 법인 168좌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거나, ‘수익률 2.8%가 거의 확정되고 단기간(6개월)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NH증권의 투자제안서와 직원 교육용 상품 숙지 자료엔 펀드 포트폴리오의 95% 이상을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 등의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할 것으로 기재돼 있었는데, 금감원 조사 결과 허위로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투자제안서에 기재된 공공기관 3곳과 지방자치단체 2곳에 확인한 결과 옵티머스가 제안한 만기 6~9개월짜리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밝혀냈다.

옵티머스 펀드는 편입 자산의 98%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에 투자했고, 해당 기업은 부동산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기발행 사모사채를 차환 매입해 기존 펀드 만기상환에 사용했다.

'펀드 돌려막기'에 투자금이 쓰인 것이다. 처음부터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었던 셈이다.

금융정의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옵티머스 계약 취소 및 원금 전액 반환'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NH증권 손에 달린 전액 배상 운명

분조위 조정안은 투자자와 NH증권 양측 모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수락해야 최종 성립된다.

NH증권 관계자는 “분조위의 조정안 결정을 존중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NH증권은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H증권은 펀드 수탁사(하나은행), 사무관리사(예탁결제원) 간 다자 과실을 주장하며 연대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안을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정영채 NH증권 사장은 분조위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자체적으로 한 법리 검토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이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 상태”라며 “다자배상안이 이사회나 고객을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다자배상안에 대해 “펀드 환매 연기로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 기간들의 책임 소재가 아직 규명되지 않아 현시점에서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NH증권이 분조위 권고를 최종적으로 거부하면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배상 뿐만 아니라 강력한 징계 조치 또한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전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처음부터 사기로 운용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리고 판매 책임자인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을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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