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SBS

[포쓰저널] "손목에는 화장지를 감은 뒤 수갑을 채웠고, 쇠 파이프를 다리 사이에 끼워 거꾸로 매달은 상태에서 헝겊을 덮은 얼굴 위로 겨자 섞은 물을 부었죠.”-최인철

경찰의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을 견디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허위자백을 했고, 그렇게 장동익, 최인철씨는 살인자가 되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0일 밤 '무죄! 장동익 · 최인철- 누가 그들을 살인자로 만들었나' 편에서 30년 만에 무죄로 뒤집힌 '낙동강변 살인사건'에서 드러난 고문수사의 실상과 경찰, 검찰, 법원의 무책임한 대응을 짚는다.

억울한 21년의 옥살이, 그 세월은 장동익 씨와 최인철 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자식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30대 가장은 어느덧 50대가 됐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되뇌었다는 장동익 씨. 하지만 정작 그 답을 해줘야 할 당시 수사팀 경찰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는 일이다’며 그 답을 피하고 있다.

죄 없는 최 씨와 장 씨에게 누명을 씌우고 30년의 청춘을 앗아간 당시 경찰, 검찰, 판사 등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고문을 통한 살인사건의 허위자백, 그리고 강도 사건의 조작, 경찰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두 사람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만들었던 것일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은 두 사람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다.

1991년 11월, 부산 을숙도 환경보호 구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최인철 씨는 한 남성으로부터 3만 원을 받게 된다. 환경보호 구역에서 불법 운전 연수를 하던 남자가 최 씨를 단속 공무원으로 착각해, 봐달라며 돈을 건넨 것.

최 씨가 얼떨결에 받은 이 3만 원은 상상도 못 할 비극의 불씨가 되었다. 퇴근하던 최인철 씨에게 경찰이 찾아왔다. 최 씨는 공무원을 사칭해 3만 원을 강탈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장동익 씨도 경찰 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을 공무원 사칭 혐의로 조사하던 경찰은 이들이 ‘2인조’라는 점에 주목해, 1년 전인 1990년에 발생해 미제로 남은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떠올렸다.

최 씨와 장 씨,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생존자 김 씨의 대면이 이어졌다. 둘의 얼굴을 마주한 김 씨는 그들이 범인이라 주장했고, 순식간에 최 씨와 장 씨는 살인사건 용의자가 됐다.

목격자만이 존재하고 직접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던 사건, 두 사람을 살인사건 피의자로 기소하기 위해 경찰이 꼭 필요했던 건 하나, 바로 ‘자백’이었다.

그들이 단순 공무원 사칭범에서 살인사건 용의자가 되기까지 조작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라고 의심된다.

조사를 받던 당시,최씨와 장씨는 갑자기 사건 담당 경찰서가 아닌 다른 경찰서에 끌려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한 경찰이 두 사람을 보자마자 갑자기 2년 전 자신에게 강도질을 한 사람들 같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재판부는 이 순경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상습적으로 강도질을 하다 살인까지 저지른 살인강도범이 됐다.

그알 제작진은 순경의 진술만이 증거였던 이 사건의 수사 결과에도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순경은 정작 상세한 사건시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며, 강도 사건 발생 당시 경찰에 신고조차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사건 당시 타고 있었다고 주장한 ‘르망’ 승용차의 경우, 차량 번호조회 결과 전혀 다른 모델의 차량이었고, 함께 강도를 당했다던 여성의 행방도 찾을 수 없었다.

30년 전과는 달리, 이번 재심 재판부는 이 강도 사건에서 순경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조작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알 제작진은 30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은 장동익, 최인철 씨, 그리고 이들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재심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두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쓴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진실과 당시 경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재조명했다고 전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무죄! 장동익 · 최인철- 누가 그들을 살인자로 만들었나' 20일 오후 1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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