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농협銀 본격 추진…"통합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기업·카뱅도 3월 2차 예비허가 신청 예정…하나은행 '심사보류'
보험사도 2차 예비허가 준비…삼성·한화생명은 중징계로 '울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은행권의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의 막이 올랐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특성상 시장 선점이 중요한 만큼 기존 보편적인 금융 서비스에서 벗어나 통신, 콘텐츠 등 다양한 업종과 제휴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란 ‘내 정보를 내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뜻한다. 금융데이터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으로,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 데이터를 모아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개발할 수 있는 사업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례회의에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결정했다.

"협업 통한 데이터 제휴가 핵심"…은행권 '통합자산관리' 강조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들은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는 금융 산업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한 수단이다.

은행들은 주요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협업을 통한 ‘통합자산관리’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은행과 핀테크사 데이터를 결합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제공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본허가 발표 이후 기존 자산·지출관리 앱 ‘KB마이머니’에 마이데이터를 적용한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신용관리서비스는 나이스평가정보와의 데이터 제휴를 통해 제공된다. 신용평점을 동일 연령대·성별과 비교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소득추정모델을 바탕으로 소득의 위치, 연령 기준별 권장 소비액 등 개인의 신용구매력을 시각적으로 제공한다.

자동차관리서비스는 KB캐피탈의 시세를 바탕으로 상세한 자동차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내 차 유지비용을 주유비와 기타로 분류해 파악할 수 있고, 은행 매직카대출 상품소개와 가입신청 화면도 연계한다.

신한은행은 기존 ‘마이(MY)자산’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한다. 마이자산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부동산, 연금 등 금융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금융자산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다. 2019년 10월부터 스크래핑 방식을 이용한 유사 마이데이터 방식으로 신한 모바일 앱 ‘쏠(SOL)’에서 제공해 왔다.

신한은행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를 활용해 기존 스크래핑 대비 다양한 업계의 정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 데이터 및 투자, 보험, 카드 등 고객의 모든 금융 경험을 디지털로 구현하고 전 금융기관의 상품 정보를 정비해 마이자산을 ‘종합 금융상품 솔루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자산부터 실물자산, 디지털자산까지 관리·운용할 수 있는 정보계좌 업무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생활·문화 등의 생활 전반의 데이터도 개인의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통 및 통신 등 다양한 이종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화 자산관리서비스와 이종 업종 간 연계를 통한 종합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KT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8월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용과 정보제공자용 인프라를 구축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시행한다는 전략이다.

NH농협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NH자산플러스(+)’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NH자산+는 자산과 부채뿐만 아니라 부동산, 연금, 현금영수증 등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비대면 종합자산관리(PFM) 서비스다.

‘제공·수집 플랫폼’과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을 11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마이데이터 사업전담부서인 데이터사업부와 개인종합자산관리셀(Cell)을 신설하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나, 이를 응용한 새로운, 획기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긴 아직 이르다고 본다”며 “금융자산은 물론 새롭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가 자산으로 인정받고 거래되는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카카오뱅크 3월 중 예비허가 신청…하나은행은 '심사보류'

금융당국이 3월부터 신규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추가 사업자 모집에 나설 계획을 밝히자 후발주자로 IBK기업은행과 카카오뱅크가 출사표를 던졌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중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할 계획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마이데이터는 금융 산업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것”이라며 “금융 지원 패러다임을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재무 컨설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직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2차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신청할 예정”이라면서 “세부 공개는 어렵지만 마이데이터를 사업으로 보지 않고 고객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가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지만 본허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지주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심사중단규정을 이유로 이들 회사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하나은행 ‘내자산연구소’의 카드, 보험, 연금, 현금영수증, 세금 우대 조회 등 일부 서비스가 5일부터 잠정 중단됐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원회, 국세청 또는 금융감독원에 의한 조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그 내용이 승인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신청 회사의 문제가 아닌 대주주 리스크로 사업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만큼 금융위는 ‘심사중단제도’를 손보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심사 중단을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심사 중단이 과도하게 장기화되지 않도록 심사 재개 사유를 구체화해 처분 상대방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사도 속속 진출…금강원 중징계 삼성·한화생명은 '불투명'

보험업계도 마이데이터 사업권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앞서 진행한 마이데이터 사업 1차 심사에서는 기존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보험사는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7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함께 예비허가 심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메트라이프생명, KB손해보험 등도 예비허가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흥국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은 신청 여부를 놓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은 2차 허가 심사에는 신청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 허가를 바탕으로 협업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생보업계 1·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융당국 중징계 조치로 향후 1년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한화생명, 12월에는 삼성생명에 대해 종합검사 결과 중징계로 분류되는 ‘기관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중징계 조치가 확정되면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제재심은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한 암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봤다.

한화생명에 대해서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입점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중징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2차 모집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 하반기 관련 사업에 도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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