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정몽규·정의선 영결식 참석..'시숙부의 난' 현정은 불참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운구차량이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발인이 3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아들인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유족이 참석했다.

고인의 조카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현대가(家)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현대가 2·3세대들도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족과 소수 친인척 등 30여명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식장 1층에는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가족과 관계자 등 40여명이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과 ‘시숙부의 난’을 벌였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장례식은 물론 영결식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KCC가 현대그룹 측에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모교인 동국대 김희옥 전 총장은 추도사에서 "고인은 산업보국과 기술입국의 높은 뜻을 대한민국 사회에 깊게 심어두고 현장을 벗어났다"며 "경영철학과 높은 뜻을 승계한 아드님과 직원들이 높은 발전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운구차 행렬은 장례식장을 떠나 고인이 63년 전 창업한 서울 서초구 KCC 사옥과 KCC건설 사옥 앞을 들른 뒤 장지인 경기도 용인 선산으로 향했다.

1936년 강원도 통천 출생인 고인은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 일선에서 몸담았다.

고인은 22살 때인 1958년 8월 슬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이라는 이름으로 KCC를 창업했다.

맏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스스로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

6·25전쟁 끝 무렵 부산 범일동에서 정주영 모친 한성실 여사와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첫 번째 줄 왼쪽부터 정문숙, 김근수, 한성실 여사, 정몽헌, 정몽우, 김윤수.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정몽근, 정몽구, 변중석 여사, 정몽준(아기), 정희영, 박병임, 정형숙(아기), 김월계. 세 번째 줄 왼쪽부터 정세영, 정순영, 김영주, 정인영, 정신영, 정상영, 정주영, 정몽필. /사진=연합뉴스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 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 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고인은 그동안 기본에 충실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산업보국'이 기업의 본질임을 강조하며 한국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

건축, 산업자재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해 기술국산화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과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해 도료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2003년부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고인은 작년 말까지 매일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봤을 정도로 창립 이후 60년간 업(業)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이었다고 KCC는 전했다.

고인은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인재 육성을 위해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백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고인의 별세로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렸다. 현대가에서 '영(永)'자 항렬의 창업 1세대는 정 명예회장을 마지막으로 모두 별세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몽(夢)자 항렬 2세대가 최고 원로가 됐다.

아들 3형제의 승계 '교통 정리'는 마무리된 상태지만 셋째 정몽열 회장이 맡은 KCC건설의 지분 정리는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정몽열 회장의 KCC건설 지분율은 36.03%로 2대 주주다. 첫째 정몽진 회장이 최대주주인 KCC가 36.0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진 회장의 KCC 지분율은 18.55%.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 지분율은 16.37로 각각 최대 주주다.

고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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