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담합' 7개 제강사 과징금 3천억원 '철퇴'

공정위, 동국제강 등 구매팀장급 담합 모임 적발
가명 사용·현금 결제 등..과징금 역대 4번째 규모

임경호 승인 2021.01.26 17:08 | 최종 수정 2021.01.26 18:17 의견 0
공정거래위원회./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7개 제강사가 8년여 간 철스크랩(고철) 구매 기준가격을 담합했다 3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과징금 중 역대 4번째로 큰 액수다.

공정위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제강제품 원재료인 철스크랩의 구매 기준가격 변동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7개 제강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000억 8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적발 기업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한국제강 △한국철강 △한국특수형강 등 7개 제강사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가격 담합을 시도했던 2018년 7개 제강사의 국내 철스크랩 구매 비중(합산)은 전체 시장의 71%다.

공정위에 따르면 7개 제강사 구매팀장들은 현대제철의 주도 아래 2010~2018년 사이 제강사들의 공장이 위치한 영남권과 경인권 등에서 총 155회의 모임을 열었다.

해당 모임에서 구매팀장들은 △철스크랩 구매기준가격 변동계획 △재고·입고량 △수입계획 등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교환해왔다.

이들은 모임 예약 시 김철수·오자룡·마동탁 등 가명을 사용하며 회사 상급자에게도 모임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모임 비용을 현금으로 처리하는 등 보안 유지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7개 제강사 구매팀장들이 모두 참여한 영남권 모임은 2010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120회 진행됐다. 이들은 특정 시기에 철스크랩 기준가격을 kg당 5원씩 인하하는 방식 등으로 담합을 진행해왔다.

경인권 모임은 경인권에 공장을 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2개사가 참여했다. 2010년 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35회 진행됐다.

이들 제강사는 2016년 4월 공정위 부산사무소의 현장조사 이후 구매팀장급 모임을 자제하며 구매팀 실무자들을 통한 합의를 2018년 2월까지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제강과 한국특수형강 2개사는 2016년 현장조사 이후 담합 가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특정 제강사가 재고확보를 위해 구매 기준가격을 인상할 경우 철스크랩 물량이 해당업체에 집중될 수 있는 점, 다른 제강사들의 재고 확보가 어려워져 가격인상이 촉발될 수 있는 점 등을 담합 배경으로 꼽았다.

제강사들이 경쟁적으로 구매 기준가격 인상 시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해 기대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공급업체들이 물량을 공급하지 않는 '물량잠김'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스크랩은 '고철을 수집하는 수집상(소상)→수집된 고철을 집적하는 중상→납품상(구좌업체)'을 거쳐 제강사에 납품되는데, 제강사들은 철스크랩 가격변동 요인이 있을 때마다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을 변경해 구좌업체에 통보해왔다.

공정위는 중요 정보를 교환한 이들의 행위에 사실상 직접 합의(담합)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보고 7개 제강사에 △행위금지명령 △정보교환금지명령 등의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또한 유사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 철스크랩 구매부서 임직원에 대해 공정거래법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표=공정위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7개 제강사에 과징금 3000억 8300만원도 부과하기로 했다.

제강사별 과징금은 △현대제철 909억 5800만원 △동국제강 499억 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 1600만원 △와이케이스틸 429억 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 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 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 38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다음주 전원회의 추가 심의를 거쳐 이들에 대한 고발 여부를 결정·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된 제강사 관계자는 "급박하게 조사가 진행되다 보니 사측이 소명할 시간이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며 "향후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필요 시 행정소송 진행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절차 규칙에 따라 심의가 열리기 전에 최소 4주를 부여하도록 돼 있고, 그보다 1주 더 연장해서 (기업에) 의견 제출 기간을 확보해줬다"며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담합 기간,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 수, 이들의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을 산출했다"고 말했다.

2018년 제강사별 국내 철스크랩 구매 비중./그림=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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