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SBS

[포쓰저널] SBS '그것이알고싶다'가 23일 밤 방송에서 '정인이 사건' 과 관련해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과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또 다른 '정인이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 등 대안을 모색한다.

그알 제작진은 정인이 양모 장씨 뿐아니라 양부 안씨도 정인이 학대에 가담했거나 알고도 묵인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변 정황을 전했다.

또 유사사건 방지를 위해선 '정인이 법' 등을 통한 처벌 강화 뿐아니라 아동학대 의심신고 자체가 관련 기관에 의해 유마무야 처리되는 사회 시스템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부 안씨는 양모 장씨가 입양을 적극적으로 원했으며, 본인은 학대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알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변 지인들의 말은 양부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사실을 알려줬다고 했다.

양부모의 한 지인은 “카페에 간 적이 한 번 있었거든요. 둘째는 없더라고요. ‘정인이 왜 없어?’ 그랬더니 차에서 지금 잠을 자고 있다. 카페에서 한 시간 반 이상 머무를 동안 한 번도 찾지를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망 전날 정인이를 데리러 온 양부 안 씨에게 아이의 심각한 몸 상태를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씨는 정인이를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또한 안씨는 정인이 사망 사흘전 양모 장씨와 함께 첫째만 데리고 미술학원을 방문해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미술학원 원장의 말에 따르며 수업을 받는 시간동안 양모는 물론 양부 안씨가 둘째 정인이를 챙기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시간 동안 정인이는 과연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양부는 정말 정인이의 건강상태와 양모의 학대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그알 측은 ‘정인이 법’이 아니라 ‘정인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국회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 일명 ‘정인이법’을 그알의 정인이 사건' 방송 6일 만에 통과시켰다.

사건을 관할했던 양천경찰서장에게는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지는 등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이 이어졌고, 경찰청장도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법원에는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탄원서가 쇄도했고, 검찰 또한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첫 재판을 준비 중이던 검찰은 ‘정인이는 왜 죽었나’ 편에서 방송됐던 사망 당일 아이에게 가해진 ‘외력에 대한 실험’ 자료를 그것이알고싶다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1,2,3차에 걸친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죽음을 막지 못한 시스템 상의 문제다.

그알 제작진은 그 답을 좀 더 명확히 찾기 위해 세차례에 걸친 학대 신고의 처리 과정에 대해 첫 방송 때보다 더 면밀히 취재했으며 그 결과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 3차 신고, 그 처리 과정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고 했다.

3차 신고자는 이미 1차 신고 당시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의 요청을 받아 정인이를 진찰한 적이 있는 소아과 의사였다. 그는 작년 5월 이후 정인이를 진찰한 기록을 바탕으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해당 의사는“그 때 오셨던 경찰분들한테 굉장히 강력하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서 당연히 저는 분리가 됐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망을 했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 간 정인이를 진찰해온 소아과 의사가 아동학대를 강하게 의심하고 신고했음에도 왜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인이의 신고 처리 과정을 들여다보면, ‘법’이 없어서 정인이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법을 뒷받침할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정인이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그알 측은 결론지었다.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법안과 대책들, 이런 것들로 ‘제2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을까? 비극을 또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 편 23일 오후 1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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