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으로 급유행
출시 2주만에 이용자 75만명 기록
동성애·장애인·여성 차별 등 태도 논란
대화 수집·개인정보 관련 불고지 논란도
"편향적이지 않아야" vs "혐오와 차별 노출"

[포쓰저널=김유준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논란 끝에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AI윤리'라는 숙제가 남았다.

이루다 개발사인 스타트업 스캐터랩은 11일 "(이루다가) 특정 소수집단에 차별적 발언을 한 것 등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차별·혐오 발언이 발견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며 "식별이 불가능한 민감한 정보도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작년 12월 23일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으로 출시한 AI 챗봇이다. 20살 여대생이 주인공 캐릭터로 설정됐다.

스캐터랩은 실제 연인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분석해 애정도 수치 등을 나타내는 '연애의 과학' 앱을 개발했다. 연애의 과학 앱으로 수집한 카톡 대화 100억건이 대화를 통해 학습하는 '딥러닝 방식'으로 이루다에게 학습됐다.

이루다는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으로 이용자 75만명을 기록하며 10~20대 사이에서 유행했다.

출시 이후 디시인사이드·아카라이브 등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며 '노예 만드는 법' 등을 공유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외에도 동성애·장애인·여성 차별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톡 대화를 수집과 관련해 개인정보 관련 고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익명화 처리도 소홀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어겼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면서 "자료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현장 조사도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는 "AI에 학습되는 빅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고 편향적이지 않아야 한다"며 "AI 제품과 서비스는 출시 전 충분한 품질 검사를 거치고 중립적인 기관의 검수도 거쳐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개선한 다음 재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가 문제다"며 "편향된 학습 데이터면 보완하든가 보정을 해서라도 혐오와 차별의 메시지는 제공하지 못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프로그램에 불과한 AI에 사회적 윤리 잣대를 들이대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현 세대에 분명히 현존하는 혐오와 차별이 노출됐을 뿐이다"며 "AI가 반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사회가 반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엉뚱한 규제로 혁신을 또 가둬두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며 "혁신적 서비스를 출시한 회사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아래는 스캐터랩 입장문.

입 장 문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https://luda.ai/)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본사가 개발한 챗봇 ‘이루다’는 출시된 지 2주 남짓의 시간동안, 75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루다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화 사례 및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문의가 있어 스캐터랩의 공식적인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혐오와 차별에 관한 부적절한 대화에 관하여

이루다가 특정 소수집단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례가 생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루다의 차별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러한 발언은 회사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사는 해당 이슈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지난 6개월 간의 베타테스트를 통해 문제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정 집단을 비하는 호칭이나 혐오 표현의 경우,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발견 즉시 별도의 필터링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사례들은 이미 개선을 완료했으며, 새롭게 발견되는 표현과 키워드를 추가해 차별이나 혐오 발언이 발견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 중입니다.

이루다는 이제 막 사람과의 대화를 시작한 어린아이 같은 AI입니다. 배워야 할 점이 아직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루다는 학습자와의 대화를 그대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답변이 무엇인지, 더 좋은 답변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함께 학습하도록 할 것 입니다.

이번 학습을 통해 만들게 될 편향 대화 검출 모델은 모든 분들이 사용하실 수 있게 공개할 계획입니다.

한국어 AI 대화 연구 및 AI 제품, 그리고 AI 윤리 발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정보 활용에 관하여

본사는 이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본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연애의 과학으로 수집한 메시지를 데이터로 활용한 바 있습니다.

사전에 동의가 이루어진 개인정보취급방침의 범위 내에서 활용한 것이지만, 연애의 과학 사용자분들께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데이터 활용 시 사용자의 닉네임, 이름, 이메일 등의 구체적인 개인 정보는 이미 제거 돼 있습니다.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을 포함한 모든 숫자 정보, 이메일에 포함될 수 있는 영어 등을 삭제해 데이터에 대한 비식별화 및 익명성 조치를 강화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향후로는 데이터 사용 동의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라도 민감해 보일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보완하겠습니다.

스캐터랩은 한국어 자연어 이해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챗봇을 서비스하고 있는 청년 스타트업입니다.

저희는 AI가 5년 안에 인간 수준에 가까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희는 AI가 인간의 친구가 되고, 인간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고,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AI가 앞으로도 소외된 사람,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대화 상대가 되길 바랍니다.

이루다는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스캐터랩은 일정 시간 서비스 개선 기간을 가지며 더 나은 이루다로 찾아뵙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AI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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