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적절한 시기 사면 건의"..."촛불국민은 용서안해" 내부 반발
"지지율 떨어지자 이슈선점 위한 노림수..보수진영 분열 노린 포석"
정세균 "의사국시 허용 대통령도 찬성..때론 여론 반해 결단할 수도"
"문재인 정부 공정 다 헛소리...코로나 대응 실패하자 스스로 자충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온라인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포쓰저널] 1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5년차 첫날부터 트레이마크인 '공정'과 '정의'을 둘러싸고 범여권에 대분열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논란의 단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공했다.

두 사람은 이날 각각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의사 국가시험 추가실시'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 대표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의사를 묻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SBS라디오에 출연해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준 것과 관련해 "정치가 여론을 매우 중시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여론과 관계없이 어떤 것이 국민의 이해관계에 맞느냐, 어떤 것이 국익에 합치하느냐에 따라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지지층에선 두 사람의 이런 언급을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지적은 두 사람의 발언이 '공정'과 '정의' 관념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사면 건의 발언은 단기적으론 서울시장 등 4.7 재보궐, 길게는 1년여 뒤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적 포석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권으로 떨어진데다 이 대표 본인의 대선후보 선호도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뒤쳐지면서 사면 카드로 이슈 선점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친박, 친이 세력을 다시 무대로 끌어올림으로써 특히 대선 과정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 내부의 균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정 총리도 본인이 주도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일각에선 'K-방역 실패론'까지 제기되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의료 대란' 차단에 몰두하다가 정치적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불가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한다. 첫 번째,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다. 두 번째,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과 사법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데다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사법적 정의는 사법적 정의대로 인정되고, 촛불국민의 뜻은 국민의 뜻대로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5가지 이유를 들며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다. 가해자들이 진정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다. 용서하자'라고 국민적 합의가 됐을 때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그럴 때 국민통합도 된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 드리워진 적폐가 쌓여 있고 그 적폐청산 작업을 할 때다. 지금도 정치, 경제, 사법, 검찰, 언론의 적폐들과 대치전선이 형성되어 있다"며 "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꿔서도 안 되고 적장을 쉽게 용서해서도 안 된다. 밭 가는 소는 뒷걸음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고도 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갑자기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다. 심히 유감"이라며 이 대표에 각을 세웠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전혀 옳지 않을뿐더러 불의한 것"이라며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은 그들이 주도한 크나큰 범죄를 사면하자는 것이고, 그 범죄를 실행한 하수인들에게도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를 사면하면서 최순실은 용서하지 않을 도리가 있느냐. 이명박을 사면하면서 국정원 댓글 공작 범죄자인 원세훈은 풀어주지 않을 방법이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권력자에게만 관대한 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사면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도 현충원 참배 뒤 이낙연 대표의 사면 건의 발언을 묻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진정성이 없고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한다는 의구심이 깔린 반응으로 읽힌다.

친이, 친박 인사들과 탄핵 찬성으로 '배신자'로 몰렸던 일부 보수정치인들만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면건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불법 탄핵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즉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 절차의 핑계를 대지 말고 국민 대화합의 차원에서 즉각 사면 석방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대한민국이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전직 대통령 문제는 이제 정리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제가 두 달 전 했던 제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여야 합의로 공식 건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심판과 정치적 평가는 이미 명백하게 내려졌다"며 "사면을 받는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평가가 바뀔 수도 없다"고 했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여당 대표가 흉흉한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고 봐야 한다"고 언론에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자료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총리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의사국시 재응시 허용과 관련해 '여론과 달리 결단할 때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올해의 경우 상·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기로 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1월 시험은 작년 8~9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 국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 2749명을 위한 것이다.

정 총리는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견이 없느냐"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정부 내 이견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정치가 여론을 매우 중시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여론과 관계없이 어떤 것이 국민의 이해관계에 맞느냐, 어떤 것이 국익에 합치하느냐에 따라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국민의 여론을 따를 것이냐, 아니면 2700명이라고 하는 의사의 공급을 1년 동안 늦출 것이냐(의 문제)"라며 "지금 공공의료가 충분치 않다. 그런데 여론 때문에 2700명의 의사 배출을 1년을 지연시킨다고 하는 것은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20일 KBS방송에 출연해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방안과 관련해 "국민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의사 국시 추가시험 허용 방안이 정 총리의 주도로 마련된 셈이다.

네티즌들은 정 총리의 이런 발언에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련 기사 댓글 중에는 "문재인 정부 공정 공정 하더니 결국 다 헛소리였다", "정부 말 믿고 제때 시험본 의대생들(423명)은 뭐가 되냐", " 다른 국가 시험도 공부안하고 일단 거부했다가 나중에 재시험보게 떼쓰면 허용해 줄건가", "재응시 기회를 절대 안주겠다고 한 건 정부인데 왜 여론을 거론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라면 진작에 재응시 하게 하지 왜 지금와서 뒷북치냐" 등 비판적인 내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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