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C, 대웅제약에 21개월 수입금지 판결
7월 예비판결 10년 수입금지서 대폭 단축
메디톡스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은 부정
"양쪽 다 패배한 꼴...걸핏하면 미국 소송 관행 문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6일(현지시각)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 벌이고 있는 보툴리눔 균주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관세법을 어겼다고 최종판결했다./ ITC 홈페이지 캡처

[포쓰저널=조혜승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벌인 '보톡스 소송' 1차전이 양쪽 모두에 별 소득없이 상처만 남기고 일단락됐다.

이번 소송의 승자는 메디톡스도, 대웅제약도 아니고 로펌과 변호사들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국내기업들이 걸핏하면 분쟁을 미국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으로 끌고가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6일(현지 시각)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수입금지 21개월 명령을 결정했다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밝혔다.

대웅제약은 현재 ‘주보’(국내명 ‘나보타’)라는 브랜드로 미국 의약품 유통사 에볼루스를 통해 현지에 보톡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외형상 대웅제약이 수출금지로 패한 모양새지만 메디톡스에도 유리할 것이 없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TC는 7월 7일 예비판결에서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 제조공정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수입금지 기간을 10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최종 판결에서는 7월 예비판결을 번복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유사한 공정을 통해 보톡스를 생산한 것은 인정되지만 매디톡스의 배타적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ITC는 “검토 결과 예비판결 내용을 일부 인용, 일부 파기한다”며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예비판결 내용은 파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1개월 동안 대웅제약에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을, 에볼루스에 판매 및 유통 금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대웅제약은 21개월 수입금지도 억울하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웅제약은 “그동안의 균주 관련 메디톡스 주장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며 "나머지 기술 부분도 엉터리 주장임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제조공정 기술과 관련해선 여전히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되어 있는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 공정과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침해의 증명이 될 수 없다"며 "메디톡스의 공정들은 이미 널리 논문에서 알려져 있는 것들로 대웅은 이미 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실험을 한 기록이 있으며, 기록에 반영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메디톡스 측은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것이 입증됐다”며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웅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들을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며 “ITC에서 대웅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월 보툴리눔 톡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문서를 훔쳐 갔다고 주장했고, ITC도 7월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을 인정했다.

대웅제약은 균주는 용인 지역 토양에서 확보한 것이고 공정도 자체 개발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ITC는 9월 예비판결 재검토에 들어갔다.

애초 판결일은 11월 6일로 예정됐으나 현지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두 차례 미뤄지다 이날 최종판결이 나왔다.

ITC는 미국 대통령 직속 준사법기관으로 대통령이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대웅제약이 항소하면 연방항소법원에서 쟁송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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