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계대출 667조…한달 새 9.4조 급증
KB국민, 대출상담사 통한 대출 막아
우리은행, 신용대출 대표 상품 판매 중단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압박에 대출 문을 닫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11월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925억원으로 한 달 새 4조8495억원이나 불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470조4038억원으로 4조1354억원 늘었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신용대출 월 평균 증가액을 2조원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미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66조9716억원으로 한 달만에 9조4195억원 급증했다. 10월 증가액 7조6611억원보다 2조원 가량 많은 규모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대출 문을 하나씩 닫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상담사는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와 저금리 등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만큼 연말에 강하게 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대표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을 11일부터 판매 중단한다. 당초 잡아뒀던 판매한도가 일찌감치 소진되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에 설정해둔 올해 대출 한도 3조3000억원이 연말을 한 달 앞두고 조기 소진돼 판매를 종료하기로 했다”며 “2021년 초에 판매한도를 다시 채워서 이 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는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인터넷뱅킹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신청하거나, 영업점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와 별도로 3일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 우대금리도 축소했다.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 ▲우리 금융인클럽 ▲우리 신세대플러스론 ▲우리 로얄클럽 등의 우대금리를 신용등급에 따라 0.3~0.6%포인트 줄였다.

농협은행도 최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당국 지시에 따라 1억원으로 5000만원 축소하고 해당 상품 우대금리를 없앴다.

하나은행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아직까지 대출 규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증가 추이를 지켜보고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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