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폐질환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선고공판 내년 1월 12일 오후 2시 진행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질병관리청의 2011년 가습기메이트(CMIT/MIT) 독성실험 적정성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유준 기자] 검찰이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중인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전직 임원 등에게 금고 3년6개월~5년을 구형했다.

애경과 SK케미칼 측은 민사배상과는 별개로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만큼 형사처벌은 과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홍씨와 안씨에게 각각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한모 SK케미칼 사업본부장에게는 금고 5년, 조모 SK케미칼 마케팅팀 팀장에게는 금고 4년, 이모 SK케미칼 마케팅팀 신규사업팀장에게는 금고 4년, 백모 애경산업 연구소장에게는 금고 4년 6개월, 이모 애경산업 안전성 업무 담당자에게는 금고 4년, 김모 애경산업 안정연구부장에게는 금고 3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SK케미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필러물산 전 대표에게는 금고 4년을, 생산공장장에게는 금고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현대사회에서 결함 있는 물건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과 그 경영진의 부주의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도 이의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안용찬 전 대표에 대해선 "애경의 대표로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 최종 책임자다"며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도 검사 없이 제품 출시를 강행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홍지호 전 대표도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2016년 처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했고 2016년 9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2018년 11월 재수사에 착수했고 작년 7월 이들을 기소했다.

홍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현 단계에서는 가습기살균제가 공소사실과 같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민사 구제가 이뤄져선 안 된다는 말이 아니라,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가습기 메이트' 제품 라벨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은폐·누락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들은 제품 라벨에 "영국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Huntington Life Science)에서 저독성을 인정받은 향균제를 사용해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입니다"고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과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가습기 살균제 관련 누적 사망자는 1559명이다.

선고공판 기일은 내년 1월12일 오후 2시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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