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추천위 사전에 손씨 내정 의혹 짙어"
역대 이사장 6명 중 5명이 '관피아' 출신
18일 주총서 확정...노조, 무기한 농성 중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11월 26일부터 손병두 내정자 임명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거래소 1층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싸고 또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차기 사령탑에 또 다시 경제관료 출신인 손병두(56)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낙점되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손씨 부임의 막기 위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3일 이사회를 열어 손 전 부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4일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씨가 이사장에 취임한다면 출근을 막을 생각이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손씨가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해지자 11월26일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1층 로비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9월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11월 20일에 이르러서야 이사장 후보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을 두고 '사전 내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추천위가 손씨를 미리 내정해 놓고 두 달 반 동안 별다른 인선 작업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주장이다.

정 내정자가 11월 초 퇴임했음에도 후보 공모는 이사장 임기가 만료 뒤, 손 내정자가 거래소행을 결심한 시점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손씨 내정이) 정부와 각종 금융 협회 인사에서 밀려난 낙하산들의 안착을 위한 황제 연착"이라며 "추천위는 이사장 인사에 공정을 잃고 ‘내정 집행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손 내정자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모험자본 육성에만 몰입하느라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관피아들의 금융투자업계 유착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선 금융위 퇴직 공무원의 증권유관기관 재취업은 전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간 금융정책 실패의 주범인 금융위 관료에게 더 이상 거래소를 맡길 수 없다는 취지다.

이사장 후보 추천절차를 중단하고 재공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듭 강조했다.

노조는 “추천위가 명단을 비공개로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자본시장을 이끌겠단 포부가 있다면 스스로 당당히 밝히고 검증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며 “이 정도 배짱도 없다면 거래소 이사장 자격도 없다”고 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정문./사진=김지훈 기자

내부 반발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후보자의 자질, 역량 부문을 강조하고 비전을 제시하면 노조와의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규정을 무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11월 초부터 공석이다. 정지원 전 이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 내정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친 ‘관피아' 출신 인사로, 역대 거래소 이사장들과 비슷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사장을 지낸 정지원, 정찬우 등 역대 6명의 거래소 이사장 중 5명이 금융위와 재정경제부 등 '관(官)' 출신이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손 내정자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 외화자금과장·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5월부터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지난달 물러났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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