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여직원 강간미수 등 사건 관련 기자회견
"수직적이고 폐쇄적 조직문화 신고 힘들게 해"
'성폭력 피해 사내 전수조사 촉구' 입장문 전달

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이하 노조)가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88 한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임경호 기자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대한항공 정규직 여직원이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과 관련 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이하 노조)가 성폭력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88 한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여직원을 비롯해 대한항공 내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에 따르면 ㄱ씨는 대한항공에서 수년 전 성폭력(강간미수)과 성희롱, 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당한 뒤 회사에 3차례 진정을 했으나 '오래된 일이라 어떤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통보 받은 바 있다.

이날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삼성과 한샘, 각 지자체 성폭력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성폭력 사건은 각기 다르지만 조직들의 대응은 똑같은 양태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사측이 진상조사에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자 사내 성폭력 등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 등을 요구하며 성폭력 가해자와 사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ㄱ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측이 피해자 관점에서 조치하였다고 하는데 수차례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는 왜 존중하지 않았냐"며 "조원태 회장에게 진정서를 내는 과정에 저를 매각대상 사업장으로 보내려고 하는 게 피해자 존중이며 보호 조치였냐"고 항의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를 공론화 하는 이유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라며 "조직문화 때문에 말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실태조사로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노동자들이 피해 사실을 회사에 신고하는 일이 드물다.

2018년 대한항공 승무원과 아시아나 승무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성폭력 경험을 비롯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4명 중 3명은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성폭력 가해자가 회사를 퇴사한 경위에 대해서도 전달 받지 못했다고 했다.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가해자가 상벌심의회를 거친 파면 징계도 아니고 퇴직금을 다 받아서 사직한 것은 특혜"라며 "가해자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신고 센터, 상담센터, 성폭력예방교육를 강화해 모든 여직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극소수의 관리자가 수십, 수백 명의 직원을 좌지우지 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문화 속에서 성폭력, 성희롱은 발생해도 피해 노동자는 피해사실을 공론화 하기 힘들다"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사내 성폭력 전수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노조의 입장문을 받지 않기로 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입장문을 전달 받았다.

회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에 연락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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