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동 '법조기자단'에 불똥..."검찰 기자단 해체" 청원 20만 육박

청와대 청원 동의 17만여명 나흘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 근접
정연주 '검찰 기자단, 참으로 기이한 집단' 글이 계기
"한국 언론 후진성, 배타성, 특권 의식, 계급주의 그대로"
검찰, 법원도 특혜 베풀고 '공생' 즐겨...개혁의지 사실상 없어

강민규 기자 승인 2020.11.29 13:10 | 최종 수정 2020.11.29 13:24 의견 16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정지명령을 내리면서 그 불똥이 법조 출입기자단에도 튀었다. 법조기자단 소속 매채 대부분은 이번 국면에서 추 장관을 비난하고 윤 총장을 옹위하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이후 법무부가 추진해온 '기자-검사 직접 접촉 금지' 등 보도관행 개선 조치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여파라는 지적이다. 최근엔 오마이뉴스가 윤 총장 측이 공개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의 실물 이미지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단에 의해 출입정지 1년의 징계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조 기자단의 한 축인 검찰기자단의 경우 일반 독자들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특혜적 지위를 누린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나흘만인 29일 동의자가 청와대 의무답변 기준인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서울 서초동 검찰 및 법원청사 출입기자단(법조기자단)을 해체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동의자가 나흘만에 청와대 의무답변 기준선인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 법조기자단과 관련해 유사한 청원이 다수 있었지만 동의자를 20만명 이상 확보한 사례는 없었다.

서울경찰청 기자단과 함께 가장 폐쇄적, 전근대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법조기자단에 대한 개선책이 이참에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재 이들 기자단에는 기자실 무상 제공, 보도자료· 판결문 등 우선제공 등의 각종 특혜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지만 근거법령조차 없는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한 청원인이 26일 올린 '병폐의 고리, 검찰기자단을 해체시켜주십시오!' 제목의 청원 글에 29일 오후 12시40분 현재 17만8029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특정 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으면 책임 있는 답변을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청원인은 "말 한마디, 글 한 줄로 더 이상 대한민국이 농락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청와대와 법무부장관은 당장 이 병폐의 고리인 검찰 기자단부터 해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청와대, 국회 등 지금 대부분 부처의 기자단은 개방되어 운영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그 특권을 공고히 유지하는 곳이 한 곳 있다. 바로 검찰 기자단이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오마이뉴스의 '검찰 기자단, 참으로 기이한 집단' 을 읽어보니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검찰, 그리고 그 뒤에 숨어 특권을 누려온 검찰기자단의 실체가 낱낱이 보인다"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라니 놀랍다"고 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건 정연주 전 KBS사장이 25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검찰 기자단, 참으로 기이한 집단' 이란 제목의 글이다.

정 전 사장은 해당 글에서 "법조 기자단의 기이한 구조와 제도를 보면 한국 언론의 후진성, 배타성, 특권 의식, 계급주의, 차별주의가 그대로 드러난다"며 "한국 언론에 지금도 남아있는 기자단 관행이 보여주는 수치스러운 한 면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가까이에 있다. 출입기자 숫자가 법조 기자단보다 훨씬 많고, 출입 매체 숫자도 훨씬 많은 청와대, 국회처럼 개방형 브리핑 룸 제도로 가면 된다"면서 "운영과 제도를 지금 시대에 맞게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민주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정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기자실을 개방형 브리핑 룸으로 변경하고자 했을 때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전체 언론이 들고일어나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며 법조 기자단 개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상기했다.

검찰과 법원 출입기자단은 정부기관 기자단 중 일제시대부터 형성된 폐쇄적 '기자 동호회'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기자단 중 한 곳으로 꼽혀왔다.

가장 큰 폐혜는 수사와 재판 관련 정보의 독과점이다.

검찰과 법원, 법무부도 공보담담이 있고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공지 코너가 있지만 정작 중요한 자료는 여기에 올리지 조차 않는다.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들에게만 이메일, 문자메시지,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우선 제공된다.

법원도 판결문 공개나 재판정 내 취재에서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정 전 사장은 "법조 출입기자들이 누리는 특권의 진수는 검찰이 선별적으로 흘리는 비공식 정보들이다"고 했다.

그는 "피의사실 내용과 수사 정보가 출입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은밀히 전달되면 '단독'의 이름으로 크게 보도된다"며 "유능한 검사들은 진보·보수 매체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분배하기도 한다. 그래서 특수부 어느 차장 검사가 선별적으로 흘린 정보가 신문의 1면 머리기사 또는 방송의 톱 뉴스 등 주요기사로 다뤄지니 그를 가리켜 '편집국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정부기관 기자실이 원칙적으로 브리핑룸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법조 기자단은 일부 기성 매체 중심으로 극히 폐쇄적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검찰은 물론 법원도 기자단 소속 소수 매채에 기자실 무상 제공과 보도자료, 판결문 등 각종 정보의 독점적 공급 등으로 특혜를 베풀면서 '언론 플레이'가 필요할 때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공생관계'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초동 법조 타운에는 현재 대검찰청, 서울고검(실제로는 서울중앙지검 중심), 대법원, 서울중앙지법 등 4곳에 각각 기자실과 기자단이 있다.

대법원 출입기자단이 1진 기자실로 신규가입이나 기존 멤버 징계 등 법조기자단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한다.

최근에 오마이뉴스가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기자단에 제공한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의 실물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가 엠바고 파기로 간주돼 기자단에 의해 출입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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