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은행거래 '성큼'...'가상자산 보관업' 속도

KB국민, KODA에 전략적 투자..은행권 첫 디지털자산 보관사업
신한은행, 거래소 코빗과 가상자산 수탁사업 합작법인 설립 검토
농협, 렉슬란트와 컨소시엄..디지털자산 수탁 플랫폼 출시 계획

김지훈 승인 2020.11.29 14:29 의견 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현금처럼 은행에서 보관하고 거래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내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있고 한국은행은 디지털법정화폐(CBDC)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국내 관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은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행위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업무지침을 확인해 금융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초 CBDC 연구를 위한 디지털화폐기술반을 출범했으며 내년 CBDC의 개인간 송금과 온·오프라인 결제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런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고 거래하며 투자하는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자산관리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최근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수탁·관리하는 업체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전략적 투자를 하며 은행권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KODA는 국민은행이 블록체인 기업인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설립한 디지털자산 관리기업이다. 법인 고객을 위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은행법상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을 수탁할 수 없어 우선 투자 형태로 디지털 자산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2021년 3월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수탁 업체가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포함되는데 은행이 직접 VASP 라이센스를 딸 수는 없다.

KB국민은행은 장기적으로 유무형의 자산들이 디지털화되면 이들 자산의 안전한 보관, 거래 및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니즈가 생겨날 것이라고 판단,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을 통해 KODA를 디지털 자산 시장의 은행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지난 7월 연방은행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해외 금융기관들은 최근 수탁업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추가하고 있다.

국내에선 KB국민은행과 함께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거래소 코빗과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블록체인 전담조직을 만들고 기존 대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커스터디(수탁), 분산신원증명(DID), 해외 송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 디지털 자산 서비스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6월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술업체 헥슬란트와 컨소시엄을 맺고 디지털 자산 수탁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 블록체인 기반 라이프스타일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공공성을 갖춘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에 강점을 갖는다.

하나은행도 8월 카사코리아와 협약을 맺고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관투자자와 사모펀드 중심으로 운영되던 중소형·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기회가 일반인들에게도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올 초엔 코스콤의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내에 자금중개서비스도 오픈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한국은행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화폐(CBDC) 사업에 대한 참여 및 은행 내 인프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은행도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와 8월 업무 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 비하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미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7월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허용하고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 개발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암호화폐 은행을 합법화해 5개 회사가 라이선스를 받고 암호화폐 거래, 환전,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 금융 서비스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우리나라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14조에서 정부의 암호제품 사용 제한 및 암호기술 접근에 필요한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적용 범위와 내용 등이 불분명하므로 이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행도 디지털 화폐 관련 암호기술 사업 지원 및 특허 확보, 유관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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