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제기 한진칼 '신주발행무효 가처분' 25일 첫 심리
"재무구조 개선 위해 불가피" VS"부실기업 인수가 무슨 재무개선"
"경영권 분쟁과 무관" VS "한진칼 자금투입 자체가 조원태 지원"
"주주배정은 실효성 없어" VS "KCGI,조현아 주담대로 자금확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23일 '조현아 3자주주연합' 측의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된다며 배수진을 쳤다.

한진그룹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국내 항공산업 생존의 절박함과 무게, 생존을 가를 중차대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급함, 관련 법과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는 3자배정 신주발행의 요건과 절차의 적법성 등을 감안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조현아 3자연합 측의 가처분신청이 조 회장 측의 희망대로 법원에서 순순히 배척될 지는 미지수다.

'조현아 3자연합'의 행동대장 격인 KCGI(강성부펀드)는 그레이스홀딩스 등 8개 종속회사를 동원해 18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25일 오후 5시 첫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KCGI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일전을 겨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태평양도 송우철, 장상균, 안영수 변호사 등 인수합병(M&A) 베테랑급을 담당 변호사로 지정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5천억원 신주 대금 납입일이 12월 2일인 만큼 그 전에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은 입장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존폐 위기에 직면한 국적 항공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진 산업 구조재편 과정의 일환"이라며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의 제안을 한진그룹이 받아들여 내린 대승적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이후 2조 원 이상의 유동성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아래에서 대한민국의 양대 항공사가 처한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특단의 산업재편 조치 없이 살아남기 힘든 처지"라고 했다.

또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 종사 인원은 10만여 명에 달한다"며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 항공업계 종사자의 일자리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산은과 합의한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도 상법과 정관에 부합하는 적법한 절차라는 걸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 하에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있다"며 "법적 절차를 따른 가장 합리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산업은행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적법한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된다"며 "국내 항공산업 생존의 절박함과 무게, 생존을 가를 중차대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급함, 관련 법과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는 3자배정 신주발행의 요건과 절차의 적법성 등을 감안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진그룹의 이런 입장은 산은이 밝힌 것과 동일한 내용이지만 이런 주장이 가처분 신청 심리에서 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재무구조 개선'?

상법 규정과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산은이 한진칼의 신주를 제3자배정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이 논리 필연적이고 타당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견해가 다수 제기된다.

상법은 신주 발생시 그 인수권은 기존 주주에게 1차적인 권리가 있다는 걸 분명한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상법은 418조에서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못박고 있다.

예외적으로 "회사는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요건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하고 있다.

한진칼 정관은 긴급한 자금조달,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의 경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진칼이 제3자배정의 이유로 내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겸 명분은 '재무구조 개선'이 될터인데, 한진칼의 산은에 대한 제3자배정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 지에 대해선 반론이 만만찮다.

한진칼은 산은의 신주인수로 받게되는 5천억원을 대한항공에 빌려주고 대한항공은 이 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의 일부로 쓸 예정이다.

결국 한진칼의 유상증자 목적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것인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극심한 부실 상태이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부채만 4조 7979억원에 달한다.

부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재무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일뿐 법원을 설득시킬 수 있을만큼 객관성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과 무관?..."대한항공이 쓸 돈을 왜 한진칼에 투입하나"

한진칼이 조원태-조현아의 경영권 분쟁 중에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법원도 이런 객관적인 분쟁의 실체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대법원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고 대법원 판례의 주류는 경영권 분쟁 중인 상태서 상대방 주주의 지분율을 변화시킬 정도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자금투입을 마무리하면 한진칼 지분 10.7%를 획득한다.

산은은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에서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만 보더라도 이는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게 조현아 측 주장이다.

산은이 대한항공의 인수자금을 대한항공이 아니라 조원태 회장의 지배회사인 한진칼에 투입해 조 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공고히 해준 것 자체가 이미 산은이 조원태 측 동맹군이라는 증거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조현아 연합 주주배정해도 인수자금 없다?

조 회장 측은 KCGI 등 기존 주주들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력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한진그룹은 "현재 주요 주주들이 추가적인 인수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며, 실권주 인수의 경우 밸류(가치) 대비 주가가 과하게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국내 항공산업 생존을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긴급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최소 2~3개월 소요되는 주주배정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주발행시 기존 주주들이 돈이 없으면 주주배정을 해봐야 실효성이 없을 것은 뻔하고 이 경우엔 제3자 배정이 처음부터 불가피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조현아 3자 연합 측은 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비한 모습이다.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12일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 받았다.

12일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언론을 통해 막 알려진 시점이다.

KCGI 측은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사놓은 것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고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에 돈을 넣어줄 상황이 생길까 봐 현금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10월 29∼30일 우리은행(30만주), 한국캐피탈(2만8천주), 상상인증권(3만주) 등에서 주식담보 대출로 현금을 확보했다.

한진칼이 산은에 제3자배정을 발표한 16일 기준으로 조현아 3자연합에 신주인수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도 없었던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는 힘든 셈이다.

인천공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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