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한진칼 내부 공방 가열
KCGI "조원태, 산은에 담보잡힌 한진칼 주식은 휴지조각
산은, 이명희·조현민 등에 비항공사 경영참여 길 열어줘"
조원태, 3자연합 잇딴 공세에 "대응 계획없다" 일축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왼쪽)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방안을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쇼'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조원태 회장은 KCGI를 비롯한 '조현아 3자연합'의 공세에 맞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무시했다.

KCGI는 18일 "산업은행이 실효성 없는 지분을 대가로 조원태 회장에게 사익편취 방안을 마련해줬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혈세를 이용한 기업 지원 절차가 통상의 범주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의 감시를 위해 산은이 제공 받은 담보는 허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KCGI에 따르면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제하기 위한 투자합의서 이행담보로 조 회장에게서 담보로 받은 한진칼 주식 60만 주는 사실상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조 회장 지분 약 385만 주 중 326만 주는 타금융기관이나 국세청 등에 이미 담보로 묶여있다는 것.

산은이 실질적인 담보 없이 세금 8000억 원을 한진칼에 투입한다는 비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산은이 확보하는 한진칼 지분 10.67%는 결국 조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KCGI는 주장했다.

회사에 끼칠 손해도 문제라고 했다.

한진칼은 17일 산업은행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서 향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산은과 사전협의한다는 등의 약속을 하면서 이에 위반할 시 5천억원의 위약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5천억원 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권한 위임 및 질권을 설정할 의무도 부담했다.

KCGI는 조 회장이 한진칼에 이런 부담을 지운 건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KCGI는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한진그룹 일가가 비항공 계열사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사건 발생 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나 오너 일가의 항공 계열사 경영 참여를 금지하는 안이 합의서에 담겼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씨 등의 경영 참여 금지 범위를 '항공'으로 제한한 것이 반대로 그 외 계열사 경영에 참여할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는 것이다.

KCGI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이행 담보 수단이 결여된 투자합의서가 활용된다면 국민경제에 비극이 되풀이 될 것”이라며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등을 거친 재논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함께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대립하고 있다.

조 회장은 KCGI를 비롯한 '조현아 3자연합'의 공세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3자연합에 대한 대응 계획을 묻자 "계획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회장은 '산업은행의 지원이 특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산은에서 먼저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이야기하면서 진행이 됐다"고 답했다.

산은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갑질하면 안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서는 "그것보다는 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산은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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