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0년간 90%까지만 올린다...'투기 억제' 약발 약할듯

공시가 현실화 2030년까지 단계적 추진...9억 미만 주택은 당장 변화없게
"목표 100% 아니고 일정 너무 장기...공평과세, 투기심리 억제 효과 반감"

김성현 승인 2020.10.27 17:34 의견 0
서울시 서초구 주택가. /연합뉴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10년 안에 시세의 9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잡되 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이 없도록 속도 조절을 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그동안 고가 주택 위주로 강도 높은 공시가격 올리기를 추진한 여파로 저가 주택과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용 주택의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를 경우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토연구원은 27일 오후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시가 현실화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국토연구원 안은 국토교통부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연구원은 토지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시가의 90%로 잡고 이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주택의 경우엔 9억원 미만 주택과 9억원 이상 주택을 구분해 서로 다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는 ’선 균형 후 제고‘ 방식으로 현실화율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다르고, 주택 가격별로도  차이가 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황./국토연구원


올해 기준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단독주택은 53.6%, 공동주택은 69.0%다.

같은 유형에서도 공동주택은 9억원 미만의 현실화율이 68.1%이지만 9억원 이상은 72.2%다. 단독주택은 9억원 미만이 52.4%인데 비해 9억원 이상은 56.0%다.

공동주택보다는 단독주택이, 고가 주택보다는 저가 주택이 현실화율이 더 낮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가의 9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를 한다.

정부는 9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3년의 균형개선 기간을 두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18년까지는 공기가격 현실화율은 고가 주택보다는 저가 주택에 높았다.

지난해와 올해 정부는 9억원 이상 고가 부동산 위주로 공시가격을 올리는 데 주력하면서 저가 주택과 고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역전됐다.

정부가 장기 계획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방안을 추진하려면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낮은 저가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더 많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9억원을 기준으로 가격대를 나눠 9억원 미만 주택은 향후 3년간 완만한 각도로 중간 목표치 현실화율에 도달하게 하고 나서 이후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게 함으로써 초기 충격을 덜게 한다는 방침이다.

9억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이 세부 가격대별로 편차가 너무 커 초기 3년간 이를 먼저 맞출 필요도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목표 도달 시기도 단독주택은 9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2035년까지다.

현실화율이 높은 15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5년 만인 2025년 현실화율 90%에 도달한다는 목표와 비교하면 10년이나 느리다.

공동주택 시세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국토연구원 


9억원으로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달성 방식을 차별화함에 따라 시세가 9억원 미만이었다가 9억원을 돌파하는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다른 가격대에 비해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은 향후 3년간 현실화율 인상폭이 1%포인트이지만 9억원 이상은 3%포인트로 높다.

시세가 8억5000만원인 주택이 9억5000만원으로 오른다면 주택 가격 인상분만큼 공시가격이 오르는 데다 현실화율 제고 폭이 1%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돼 더 큰 폭의 공시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국토부는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이 없도록 보완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토연구원 안대로 된다면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의 목적인 '공평과세'와 '부동산 투기 심리 억제'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화 목표치를 시가의 100%가 아니라 90%로 제한한 것도 부동산 소유층의 반발을 의식한 무원칙한 후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우려하는 저가 1주택자의 급격한 세부담 증가는 별도의 조세특례제도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인데 이를 이유로 공시가격 현실화 자체를 장기 과제로 미룬 것도 철학없는 정책입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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