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더이상 승계없다"...'李씨 삼성' 마지막 세대 접어들어
이건희 '계열분리 유언' 변수...법정 상속땐 지배권 사실상 4분할
이재용 두개 재판 중 하나만 유죄 확정돼도 '리더십 불능' 가능성

2012년 7월 29일 고 이건희 회장 가족이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은 사실상 마지막 '이(李)씨 시대'에 접어들었다.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조상들의 옛말은 삼성에도 그대로 들어 맞는 걸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월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건희 회장은 '테레비도 제대로 못만들던' 삼성전자를 걸출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우뚝 세우는 혁혁한 업적을 거뒀다.

그러나 개발시대의 유물인 낡은 지배구조 정비를 미루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 패착을 두는 바람에 결국 '절반의 성공'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런 양 극단의 유산으로 인해 '이재용 삼성'은 '이건희 삼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당장 상속 과정에서부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독자적인' 지배권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삼성전자 지분은 0.70%에 불과하다.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1%), 삼성화재(1.49%) 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의 지분 4.18%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의 원천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고 각자 상속포기도 하지 않아 법정 분할로 간다면, 이 회장의 지분 4.18%는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가장 많이 가져가게 된다.

민법상 배우자 우대 원칙에 따라 상속분은 홍 전 관장이 1.5/4.5,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 1/4.5씩 분할 상속한다.

즉 홍 전 관장이 1.393%, 이 부회장 등 3남매가 각각 0.929%씩 나눠갖는다.

홍 전 관장은 이미 삼성전자 지분 0.91%를 보유 중이다. 이를 상속분과 합치면 그의 삼성전자 지분은 2.303%가 된다.

이 부회장은 기존 지분 0.7%를 합쳐도 지분율은 1.629%에 그친다.

지분율 숫자는 적어보이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보통주 기준 359조3809억원)을 감안하면 홍 전 관장의 상속 후 지분가치는 8조2765억원이 된다.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5조8543억원이다.

이부진, 서현 자매의 상속 지분도 현 시가로 각 3조3386억원에 달한다.

모친과 여동생들이 장남인 이 부회장에게 가업 승계를 위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상속 지분을 모두 몰아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단순 상속 포기보다는 계열사 분할과 맞물린 지분 교환 형식으로 이뤄질 공산이 높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외에도 삼성전자 우선주(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2.90%,) 삼성SDS(0.01%), 삼성라이온즈(2.50%) 등을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모두 합치면 현 시가로 18조원 가량 된다. 이를 모두 법정 상속분 대로 상속한다면 홍 전 관장이 6조원, 이 부회장 등 3남매가 각 4조원씩 물려받는다. 

이들 주식도 법정상속 시엔 당연히 홍 전 관장이 가장 많이 가져가게 되고 이부진-서현 자매도 이 부회장과 같은 비율로 상속하게 된다.

개인으로 보면 이 회장 이후 삼성에서 가장 큰 지분권자는 이 부회장이 아니라 홍 전 관장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집안 서열 상으로나 지분율로나 가장 정점에 있게 된 홍 전 관장이 어떤 입장과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향후 삼성의 그림이 결정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이 부회장이 확실하게 챙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홍 전 관장 등이  상속 지분을 맞교환하고 동시에  계열 분리 작업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도 아들인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이인희(한솔그룹), 이명희(신세계그룹) 등 딸들에게도 계열사를 분할 상속한 바 있다.

현재 전자, 금융, 건설, 호텔, 공익법인(병원) 등으로 나뉘어 있는 계열사들을 4개의 그룹으로 재편해 상속인 4명에게 각자 하나씩 지배권을 몰아주는 방안이 준비돼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에서 최대 고리인 삼성생명의 운명도 변수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관철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3분의 2 가량을 처분해야 한다.

박용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 3%를 계산할 때 기준을 현재의 취득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은 317조8255억원이다. 이의 3%는 9조5348억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특별계정 제외 보통주)가치는 현 시가 기준 30조5833억원이다.  

개정안 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약 21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한다.

개정안이 처분 시한을 법개정 후 5년(이용우 안) 또는 7년(박용진 안)으로 설정, 유예기간을 둔 만큼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당장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일각에선 매각 지분을 삼성물산이 삼성바오로직스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가져오는 방안도 제시된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원활히 관철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또 다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공언한 '더이상 법과 윤리에 어긋나는 승계는 없다'는 취지의 약속과도 배치될 수 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의혹 등 두개 재판의 향배도 '이재용 삼성'의 항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두 재판 중 하나라도 유죄로 최종 확정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는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 처럼 반도체 육성, 품질경영, 글로벌 진출 등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이 확실하지도 않는 상태서 '불법 승계'라는 딱지까지 붙는다면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난제들을 풀지 못하면, 삼성물산 합병 때처럼 행동주의 펀드 등 삼성전자 경영권을 노리는 제3 세력이 덤벼들 가능성도 얼마든 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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