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만 3명 사망...노조 "명백한 과로사..특단대책 필요"
회사 측은 대부분 '지병으로 인한 사망' 입장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모(36)씨가 사망하기 나흘 전인 8일 오전 4시26분경 동료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김씨는 일부 지역 배송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며 ‘집에 가면 (오전)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냈다./사진=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택배기사들이 이달 들어서만 3명 잇따라 사망하면서 사고 원인을 싸고 사측과 근로자 측이 충돌하고 있다.

택배기사 사망사고는 올 들어 총 10건이 발생했다.

택배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은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함께 택배 분류작업 인력투입과 재발방지 대책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19일 택배연대노조 등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모(36)씨가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잠을 자던 중 사망한 것으로 추측된다. 병원에서 밝힌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의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김씨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사망하기 나흘전인 8일 오전 동료에게 일부 지역 배송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며 ‘집에 가면 (새벽)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책위는 김씨가 추석 연휴 전주 하루에 220~320개 가량의 물량을 배송했고, 7일 420개를 배송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고인이 7일 배송했던 420개는 CJ대한통운의 800~900개 수준의 배송과 맞먹는 양”이라며 “택배회사는 힘들면 물량을 줄이라고 하지만 물량조차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는 현실이 메시지에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대책위가 주장하는 고인의 택배 물량이 과도하게 계산됐다고 주장한다. 여러 사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인의 과로사 여부가 확정된 뒤 유가족 보상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추석 전후 고인에게 택배 물량이 어떻게 배정됐는 지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고인이 7일 배송을 완료한 물량은 370개 가량이다. 추석 특수로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많았다”며 “수도권 기준 택배기사의 일 평균 택배 물량은 200~250여개 가량인데, 고인의 경우 평소에는 이와 동일하거나 이보다 못 미치는 정도로 물량을 소화했다. 8~10일 3일동안 고인의 배송한 물량은 일 평균 167개 가량”이라고 해명했다.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던 장모(27)씨도 12일 사망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는 장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으며 부검 결과 사인이 ‘원인불명 내인성 급사’였다는 점을 근거로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 측은 고인의 지난 3개월간 평균 근무시간이 주 44시간이었다는 점을 들며 과로사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8일에는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김모(48)씨가 근무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숨졌다.

CJ대한통운은 노조 등의 요구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하는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국화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김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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