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동차관리법 '지장' '결함' 등 관련 개념 모호"
검찰 "시대따라 구성요건 확대 당연..미국에 비해 관대"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전경./사진=문기수 기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현대·기아차 세타2엔진 늑장리콜 재판에서 검찰과 현대·기아차측이 리콜 관련 자동차관리법 규정의 위헌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변민선 부장판사)은 14일 신종운 전 현대자동차 품질총괄 부회장, 방창섭·이승원 등 전·현직 현대·기아차 임원 4명에 대한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5차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현대·기아차와 검찰은 리콜 제도의 위헌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현대차 측은 6월 16일 재판부에 자동차 관리법상 ‘결함’과 ‘지체없이’, ‘안전운행’이라는 표현에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위헌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차 측 변호인은 이날 "미국, 독일, 일본의 리콜제도와 비교하면 한국의 리콜제도에는 위헌성이 많다"며 리콜의 구성요건을 담고있는 자동차관리법이 위헌성을 지적했다.

미국, 독일, 일본의 경우 리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리콜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자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은 "미국은 자동차안전법, 유럽은 Rapex, 일본은 R-map과 같이 리콜을 하기위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자동차관리법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관리법에 나오는 ‘안전운행’, ‘지장’, ‘결함’ 과 같은 단어는 모두 불확정 개념이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리콜 실시를 명령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2012년도 리콜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냉각수가 엔진에 유입돼 발생하는 시동꺼짐 결함은 리콜 대상이 아닌 무상수리 대상이라고 적시돼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에 리콜을 명령하는 등 자신들이 만든 가이드라인조차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동차관리법과 같은 다른 특별행정법령(소비자기본법, 환경관리법)의 경우 모두 ‘제품의 결함’ 혹은 ‘안전상 하자’와 같은 개념을 시행령을 통해 규정하고 있지만, 자동차관리법은 결함이나 안전운행과 같이 리콜의 구성요건을 규정한 시행령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률의 모든 구성 요건은 사회적, 기술적 발전에 따라 외연이 변경되는 것이 당연하다. 예컨대 (성)추행과 관련한 기준이 과거와 달리 확대되고 있는 것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것처럼, 리콜제도와 관련한 기준이 확대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내 리콜기준은 국내의 지리에 맞춘 제도를 통해 판단하면 되는 일이다. 다른 국가의 리콜제도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할 시 내려지는 형사처벌이 다른 법 조항들과의 평등하지 않다는 주장과 관련해 현대차 측은 "다른 법령들과 비교하면 대기환경보전법, 소비자기본법, 자동차관리법에서 말하는 ‘자동차’는 모두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왜 자동차관리법만이 명령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느냐"며 "이는 법조항간 평등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은 PPT를 통해 대기환경보전법, 소비자기본법은 모두 형사처벌을 하기 이전에 주무부처가 시정명령을 내린후, 이를 위반할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제조사에게 자발적 리콜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시 즉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작 국토부가 강제리콜을 거부했을 때 이를 처벌하는 규정 또한 없다고 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자동차제조사에게 안전과 관려한 사항들을 제조사가 스스로 인증하도록 하는 ‘자기인증제’를 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제조사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한 대신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하고도 결함을 공개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소비자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조치를 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실정법이 더 관대한 편"이라며 "이같은 점들을 생각하면 자동차관리법 위반시 내려지는 처벌이 다른 법률조항에서 내려지는 처벌보다 더 가혹하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측은 위헌제정심판청구의 결과를 기다린후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위헌심판제청과 형사재판은 함께 진행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기일에는 현대차 측이 진행하는 리콜 관련 기술적 설명과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하자"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12월 16일 오후 3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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