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채널A 기자들 3차공판서 피해자 이철 증언
제보자 지씨 증인 불출석..."한동훈 수사하면 증인 출석 고려"

이동재 전 채널A기자./사진=연합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 재판에서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수감 중 전해들은 '검찰 고위 관계자'가 한동훈(47)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라고 주장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박진환) 심리로 열린 이 전 기자와 백모(30) 채널A 기자에 대한 3차 공판에 이철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동재 전 기자 등으로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 혐의를 제보하라고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판에서 일부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에게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권 로비 장부 등을 요구했다.

지씨는 이 전 기자 등의 협박성 취재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철 전 대표는 “(변호사가) 고위 검사님이라고 언급할 때 남부지검장이 최고위직 검사로 생각했는데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말을 듣고 아득해졌다”며 “한 검사장이라는 말이 나오자 거의 패닉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 이지형 변호사는 지모씨를 통해 검찰 관계자의 실명을 ‘한동훈’으로 처음 들었다고 재판에서 증언했다.

이 변호사는 “지씨가 이동재와 몇 차례 만나며 조합한 내용으로 검찰 고위관계자라는 사람이 한동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지씨가 채널A 본사에서 이동재와 3번째로 만났을 당시 들은 녹음파일의 목소리를 통해 한동훈이라고 확신하게 됐고, 저에게 텔레그램으로 그 내용을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이철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이 전 기자가 5차례에 걸쳐 보내온 편지가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내용이 구체화되고 실제화되는 것을 보고 점점 공포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표는 별개의 사건으로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편지에는 검찰이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다는 내용, 이 전 대표 재산에 대한 자금 추적에 착수했다는 등과 함께 가족과 이 전 대표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전 기자가 편지에 도와주는 것처럼 용어를 썼으나 실제로는 단순 거래가 아니라 압박이나 공포로 느껴졌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외관은 도와주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제 내용은 공포스러웠다”고 답했다.

판사가 “사실상 꼼수를 부리는 협박이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는 “꼼수라기 보다는 더 고차원적인, 치밀하고 조직적인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세 번째 편지부터는 편지 내용이 곧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라고 생각해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며 “(편지 내용이)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와 각본이 준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편지를 보낸 게 현직 기자고 검찰과 관련있다고 하니 허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배후에 한 검사장이 있다고 보고 수사했지만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지씨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지씨는 사유서를 통해 “본인 생각에 이 사건은 강요미수사건이 아니라 언론과 검찰 권력이 합작해 유시민 작가에게 총선이라는 특정 시점에 혐의 씌워 왜곡시키려 했던 사건”이라며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법정 출석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 지씨의 증인신문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19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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