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 '이종운 변호사 실종사건' 편./sbs

[포쓰저널] '주검은 없는 살인' 의혹 사건의 대표적 사례인 이종운 변호사 실종 사건을 sbs '그것이알고싶다(그알)'가 26일 방송에서 다시 추적한다.
 
이 변호사(당시 33살)는 2004년 7월29일 오후 자신이 대표로 있던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나간 이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수사당국은 그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이 변호사는 평소 성실하고 일처리가 뛰어났으며 수입도 억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거기다 조만간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도 있었고 실종 이틀 후인 7월31일부터는 1주일간 여름휴가도 계획하고 있었다.

자진해서 가출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법무법인 직원들 진술에 따르면 당시 이 변호사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내일 봅시다"라고 인삿말을 남긴채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고 한다. 그것이 주변 사람들이 그를 목격한 마지막 모습이었다.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1차 수사에 나섰지만, 사무실이나 집 등 이 변호사 주변 어디에서도 범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서도 범죄 연루 정황은 확보할 수 없었다. 

경찰은 당시 30대의 건장한 남자로서 자기 보호 능력이 충분한 성인의 실종이고, 당시 이 변호사와 가장 친밀한 사이였을 약혼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 변호사의 ‘자발적 가출’로 결론내고 내사를 종결했다.

이 변호사의 약혼녀 최모(당시 30살)씨는 웹디자이너로 이 변호사와 2년간 교재했고 결혼도 약속한 사이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 변호사가 자신에게 결혼을 전제로 현금 3억원과 고급 승용차, 큰 사무실 등을 요구했는데 그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했더니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자며 가버렸다고 했다. 

최씨는 이 변호사와 헤어지기 직전 현금 5000만원을 인출해 주었고 이 변호사가 그 돈으로 장기 잠적중인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얼마있지 않아 이 변호사의 가족들은 최씨의 행적에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 변호사가 돈을 요구했다는 약혼녀 최씨의 말은 사실과는 완전히 달랐다. 돈을 준 것은 되려 이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는 최씨 명의로 오피스텔까지 사준 상태였다.

더구나 이 변호사와 최씨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된 상태였다. 가족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자 의외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 변호사와 최씨의 혼인신고서에 적힌 남편의 연락처는 다른 남성의 휴대전화 번호였다. 최씨는 당시 동거중이던 남자가 있었고, 혼인신고서에 적힌 전화번호도 동거남의 것이었다.

최씨는 이 변호사가 실종되기 한 달 전 자신을 수익자로 수령 보험금 15억원짜리 생명보험에도 가입했다. 이 변호사가 사망하거나 실종신고 후 2년 동안 발견되지 않으면 최씨가 보험금을 받게 되는 계약내용이었다.

최씨에게서 이런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발견되던 시점에 또 한번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 변호사가 실종되고 2개월쯤 뒤인 9월, 최씨는 경찰에 이 변호사가 보냈다는 ‘자필 팩스’ 메모를 제출했다. 메모에는 “헤어지자. 중언부언하지 말고 이혼하자. 너도 다른 남자 만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비슷한 시기 이 변호사의 고향집에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식별이 어려운 가느다란 남자 목소리로 “종운이에요. 걱정 말아요. 잘 있어요. 다른 여자가 생겼어요. 곧 들어갈게요”라는 짤막한 말만 일방적으로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팩스와 전화메모를 이 변호사가 아직 생존해 있고 스스로 잠적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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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두 건의 연락은 오히려 경찰의 최씨에 대한 의심을 높혔다.

팩스로 온 메모는 글씨 번짐 현상 때문에 식별이 어려웠지만, 글자의 크기와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 부자연스러웠고 단어 사이에 미미한 세로줄이 보였다. 

경찰은 정밀 과학수사를 통해 팩스의 글자들이 누군가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이미 작성된 글자들을 각기 다른 곳에서 잘라 붙여 조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변호사 고향집에 걸려온 전화도 발신지가 서울 잠실의 공중전화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변호사와 최씨 관련 금융거래, 통신사실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였다. 충격적인 증거들이 속속 확보됐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씨는 이 변호사가 실종된 지 이틀 뒤 이 변호사 명의의 신용카드로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 등 800만원어치를 쇼핑하는가 하면  이 변호사의 통장에 남아 있던 현금 200만원도 모두 인출해 써버렸다.

이 변호사 명의로 은행에서 7000만원을 대출받으려다가 심사과정에서 중단한 적도 있었다.

또 이 변호사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각종 서류들로 이 변호사의 승용차를 팔아 1000만원, 이 변호사가 살던 오피스텔을 전세로 내놓고 받은 보증금 6000만원도 챙겼다.

최씨가 팩스 메모와 전화로 주장하려던 '이 변호사의 생존과 자신 가출' 시나리오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최씨 집 압수수색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민등록증과 수첩 등 개인 물품들이 발견됐다.

이 변호사가 자필로 쓴 수첩에서는 여기저기 찢겨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수첩에 글자를 허위 팩스에 오려붙힌 방증이었다. 

경찰은 최씨가 돈을 주고 이 변호사 흉내를 내며 고향집에 전화를 걸게 한 동거남도 찾아냈다. 

최씨가 이 변호사를 해치고 재산을 가로채고 보험금까지 노렸다는 경찰의 심증은 굳어졌지만 시신이나 혈흔 등 이 변호사의 사망을 입증할 증거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결국 최씨에게 살인죄 적용을 포기하고 사기, 사문서 위조, 공문서 부정행사 등 5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해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2005년 11월 선고공판에서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선고형량도 검찰 구형대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006년 1월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무죄를 우려해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고,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뒤 살인죄의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최씨의 형량을 징역 2년으로 대폭 줄여 선고했다.

그알 제작진은 그동안 밝혀내지 못했던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이 변호사의 실종 당일 모습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긴 유일한 사진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가 실종된 7월29일 오후 6시15분 최씨 동거남의 차량이 남산 1호 터널 요금소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됐다.

최씨로 보이는 여성이 운전을 하고 이 변호사로 보이는  남성이 이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최씨는 그 시간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었다며 사진 속 운전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차에 탄 두 사람의 얼굴은 정확하게 식별되지 않았다. 

그알 제작진은 딥러닝 기반 영상 분석 기술로 화질을 개선해 숨어있는 단서를 확인하고, 차량에 동승한 운전자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분석했다고 예고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이종운 변호사 실종 사건 26일 오후 1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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