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은행 점포...어쩔 수 없다지만 '글쎄'

시중은행 점포 수 2018년 5341개서 올해 5222개로
고령자 등 금융취약층 애로많고 청년 일자리도 감소

김지훈 승인 2020.09.07 19:16 의견 0
영업점 창구에서 한 고객이 은행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우리은행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은행들의 점포 축소 분위기가 심상찮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온라인 뱅킹 확산 등으로 기존 오프라인 중심 영업의 효율성이 떨어진 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은행 점포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점포 축소로 은행 수익률은 개선될 수 있어도, 고령자 등 금융 취약층의 불편이 가중되고 일자리 감소로 청년들의 취업난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은행의 총 점포 수는 2018년 5341개에서 2019년 5295개, 올해(3월 말 기준) 5222개로 줄어들고 있다.

올 3월까지 폐쇄된 점포 수만 73개로 지난해 전체 수치(46개)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국내은행의 총임직원 수도 2018년 9만1292명, 2019년 9만1344명, 올해(3월 말 기준) 9만593명으로 줄고 있다.

2018년 말 대비 올해 점포 수는 1.4%, 임직원 수는 0.8% 감소했다.

통계상으로는 임직원 수 감축 비율이 점포 축소 비율보다 완만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 점포 당 배치되는 직원 수는 10~15명 수준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점포 수가 73개 줄어든 것을 기초로 단순 계산하면 상반기에만 730~1095명 가량의 인원 감축이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751명 감소했다.

상반기 채용인원(농협 280명·기업 250명, 수시채용 제외)이 지난해 총 채용 규모의 19% 수준인 총 530명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점포 축소로 인한 구조조정은 없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은행은 2019년 기준으로 우리은행 750명, 농협은행 550명, 기업은행 439명, 신한은행 430명, 국민은행 410명, 하나은행 200명을 총 2779명을 채용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향후 취업 문이 닫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권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하반기 공개채용 일정을 미루고 있다.

통상 은행은 8월에 신입 채용 계획을 확정하고 9월부터는 서류전형을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의 경우는 확정된 공채 계획이 없다.

은행권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정부 방침에 발맞춰 비대면 전환으로 현장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채용 규모를 늘려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디지털 강화 기조가 맞물려 ‘공개채용’ 자체가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들 은행은 상반기에도 수시채용 형식으로 디지털·IB(투자금융) 등의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뽑았다. 이 같은 채용 흐름은 하반기에서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력 운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으로서는 채용 시기도, 규모도, 방법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은행권은 채용비리 사태로 2018년 제정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정규 신입 공채에서 필기시험을 사실상 필수로 넣었는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대규모 시험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면접을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하반기 채용 일정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에서는 점포 축소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영업점 점포 축소는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속도가 가팔라졌다고 판단하고 제동을 걸고 있다.

8월 31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영업점 폐쇄 여부를 결정할 때 은행 직원이 아닌 외부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도록 했다.

지난해 6월 도입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통한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위는 또 점포 폐쇄 시 사전 통지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고령층 고객의 비중이 높은 점포가 폐쇄되면 대체창구도 마련토록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은행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압박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은행권에서는 결국 하반기 점포 폐쇄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과 디지털 금융의 발달로 점포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에 따른 금융 접근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은행 업무의 비대면 전환이 빨라지면서 지점 축소 등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고객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정보 취약계층을 고려한 서비스 확대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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